"코로나19 사태에서도 예수님을 신도들에게 만나게 하고 싶었습니다."
신도를 생각하는 마음은 같았지만 방법은 달랐다.
신부는 교회 문밖으로 뛰쳐나와 주차장 한 켠에서 종일 나무 의자에 앉아 차를 몰고 온 신도와 대화를 나눴다.
미국 메릴랜드주 보위의 한 신부가 이 같은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지역민들에게 위안을 선사해 잔잔한 화제를 모으고 있다.
St.에드워드교회 소속 스캇 호머 신부가 그 주인공으로, 그는 지난 14일부터 메릴랜드주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민들에게 외부활동을 최소화하는 자가격리 조치를 내리자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교회의 입장이 아닌, 신도들의 관점에서 매주 교회에 들러 고해성사를 하던 일상이 사라지면서 불안과 스트레스가 커질 것 같다는 걱정이었다.
그렇다고 밀폐된 교회에서 신도를 맞을 경우 '안전'이라는 가치를 교회 스스로 져버리고 신도를 위험에 빠뜨리는 모순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교회 의자, 손잡이 등 모든 게 감염의 위험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예수님을 교회 안이 아닌, 밖으로 모시는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호머 신부는 주차장에 신도 차량이 한 대 멈출 수 있는 공간을 고깔 모양의 러버로 표시하고 자신은 운전석 쪽에서 2m 이상 떨어진 자리에 나무의자를 놓고 앉았다.
평소 교회를 열 때 만큼은 아니지만 신도 차량이 한 두 대씩 들어오면서 호머 신부와 고해성사는 물론 일상의 고달픈 현실 등 다양한 주제로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호머 신부가 2m 이상 떨어진 거리를 두고 신도의 고해성사를 듣고 있다. [사진=폭스뉴스 캡처]](https://img.mbn.co.kr/filewww/news/other/2020/03/21/314209131000.jpg)
호머 신부가 2m 이상 떨어진 거리를 두고 신도의 고해성사를 듣고 있다. [사진=폭스뉴스 캡처]
미국 내 드라이브 스루 교회가 생겼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현지 언론들의 취재가 시작됐고,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는 호머 신부와 화상통화 인터뷰를 진행했다.신도들을 위해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했다는 호머 신부에게 폭스뉴스 앵커가 "주로 어떤 대화를 나눴느냐"고 묻자 그는 "자세한 얘기는 할 수 없다"면서도 "(코로나19 사태로 자가격리된 상황에서) 이 분들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고 전했다.
교회 밖에서 신도들과 만나는 호머 신부의 발상은 메릴랜드주 다른 교회들에도 영감을 선사해 확산되는 흐름이다. 이날 트위터에서는 메릴랜드주 힐크레스트 하이츠 지역의 한 교회 신부가 호머 신부와 비슷한 방식으로 길거리에 고깔 러버를 설치하고 운전석과 자신이 앉은 의자 사이에 임시 칸막이를 설치해 고해성사를 듣는 사진이 올라왔다.
![메릴랜드주 힐크레스트 하이츠 지역의 한 교회 신부도 호머 신부와 비슷한 방식으로 길거리에서 신도로부터 고해성사를 듣고 있다. [사진=트위터 @frmattfish 캡처]](https://img.mbn.co.kr/filewww/news/other/2020/03/21/412000002200.jpg)
메릴랜드주 힐크레스트 하이츠 지역의 한 교회 신부도 호머 신부와 비슷한 방식으로 길거리에서 신도로부터 고해성사를 듣고 있다. [사진=트위터 @frmattfish 캡처]
이 뿐만이 아니다. 메릴랜드주와 인접한 버지니아주에서는 한 지역 교회가 화장지 사재기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민들을 위해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길거리에서 화장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교회 측은 자체 확보한 화장지가 모두 떨어질 때까지 매일 오후 5시부터 두 시간 동안 차량 한 대 당 화장지 롤 4개씩을 제공할 계획이다.이 교회 페이스북 안내문에서 "(좋은 일을 하는 방식에서도) 사람 대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는 창의적 방법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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