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방의 경제·금융제제가 해제된 이란이 국제시장에서 ‘큰 손’으로 떠올랐다. 이란 정상으로는 17년만에 유럽을 찾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25~28일 이탈리아와 바티칸, 프랑스를 방문해 대규모 항공기 구매, 에너지 및 인프라 건설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로하니 대통령은 프랑스 방문기간 에어버스와 여객기 114대 구매 계약을 맺는다. 이와 함께 중장거리용 400대, 단거리용 100대를 추가 구입하기 위한 협의도 진행할 방침이다. 이란 항공사들이 보유한 여객기는 총 250여대로 이중 운항 가능한 것은 150여대에 그칠 정도로 기종 노후화가 심한 편이다. 이란 정부는 항공기 구매와 함께 공항 내비게이션 시스템 개선작업도 적극 진행할 방침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전세계 85개 기업들이 공항시설 개선 사업 수주를 위해 나서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프랑스에 앞서 도착하는 이탈리아에서도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 에너지 관련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송유관 업체인 사이펨과 50억달러 수주계약을 비롯해 건설, 상수도 인프라 개선을 위해 이탈리아 기업들과 계약을 맺는다. 이란에서 철수한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기업 ‘에니’가 이란에 다시 진출해 줄 것도 촉구할 방침이다.
이탈리아 방문을 마친뒤에는 바티칸에 들러 프란치스코 교황도 예방한다. 바티칸 교황청의 페데리코 롬바르디 대변인은 “교황이 로하니 대통령을 초청했다”면서 “이번 만남에 대해 교황은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로하니 대통령의 유럽 방문이 경제협력을 넘어 정치적으로도 이란과 유럽간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위기에 처한 유럽 국가들에게도 인구 8000만명에 달하는 이란은 새로운 판매시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경제협력이 확산되면 핵개발로 위기를 맞았던 이란과 유럽간에 정치적 화해도 깊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경제제재 해제로 이란에 설치됐던 기존 경제특구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란 남서부에 위치한 ‘키시 섬’이 향후 서방 기업의 이란내 사업을 주도하는 비즈니스 허브로 부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1970년대부터 관광, 휴양지로 이름을 날렸던 키시 섬에는 현재 입국시 비자 면제·세금 면제 혜택을 부여하는 경제특구가 들어서 있다. 섬 내 국제공항은 이란 주요 도시와 연결돼 있으며 한때 초음속기 콩코드가 이착륙했을 만큼 충분한 시설을 갖췄다. 기업가들이 들어와 이란 사업을 탐색하는 ‘전초기지’로 삼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다. 이란 당국은 키시 섬을 한때 중국의 관문 역할을 했던 홍콩을 본따 ‘제2의 두바이’로 가꾼다는 로드맵을 구상 중이다.
하미드 시르자드 키시 자유지대 투자담당관은 “이곳은 자유롭게 입국해 사업을 하는데 그 어떤 곳보다 적합하다”며 “이란 전체에 새로운 경제를 들여오는 실험장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장원주 기자 / 문호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