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고가 아파트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곳, 역시 강남이죠? 그래서 강남 재건축은 건설사들이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따내는 사업이었습니다. 부촌의 상징인 강남에 지어지는 아파트 브랜드, 이보다 광고효과가 더 클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강남 재건축 시공사 선정에는 내노라하는 대형건설사들이 어마어마한 물밑 경쟁이 벌이곤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마저도 옛말이 돼가고 있습니다. 조합이 시공사를 선정하려해도 공사비가 너무 치솟았다며 건설사들이 엄두도 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부동산 취재를 시작한 2010년대 초반에는 3.3㎡ 공사비가 500만 원 살짝 아래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러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높아지기 시작하더니 700만 원, 800만 원에 이어 최근에는 900만 원대까지 올라서는 분위기입니다. 그런데도 건설사들은 공사를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나홀로 아파트가 지난 달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었는데 단 한 곳의 건설업체도 나서지 않았습니다. 나홀로라고는 하지만 한강변 인근에 전철역과도 가깝고, 조합이 책정한 예상 3.3㎡당 공사비가 약 907만 원 수준으로 900만 원을 넘어선 금액을 제시했는데도, 아무도 응찰하지 않았습니다. 조합은 다시 시공사 선정에 나설 예정이지만, 현재까진 SK에코플랜트를 제외하면 수주 의지를 보인 건설업체가 없다고 합니다.
건설사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기존 사업장부터 해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인건비, 자재비가 단기간에 치솟아, 조합과 계약한 기존 공사비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된다는 겁니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26일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조합에 공사비를 2조6,363억 원에서 4조775억 원으로 변경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습니다. 한번에 1조4천억 원을 올려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2019년 계약 당시엔 공사비를 3.3㎡에 548만 원으로 책정했지만, 이번에 829만 원으로 높였습니다.
MBN뉴스7 캡처
강남 재건축이 이런 상황인데, 강북은 말할 것도 없겠죠? 노원구 월계동에는 '미미삼'이라고 불리는 재건축 아파트가 있습니다. 미성·미륭·삼호3차가 한 단지를 이룬다고 해서 앞글자를 따 만들어진 이름인데, 총 3,930가구 규모로 강북권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힙니다. 하지만, 지난 21년 9월 9억 원에 거래된 바 있는 전용면적 51㎡ 매매가격이 최근에는 6억 원 초반까지 내려갔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분담금 공포입니다. 작년에 정밀안전진단도 통과했지만, 인근 상계주공 5단지에서 재건축 후 전용 84㎡에 들어가기 위한 추가 분담금이 5억 원으로 책정되자 매수 수요가 식어버린 겁니다.
문제는 공사비 후폭풍이 얼마나 커지느냐 하는 것입니다. 지금도 정통한 전문가나 재야 고수들 사이에선 올해는 서울, 내년 이후에는 경기권을 중심으로 입주 급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나마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과 경기 광명시 재개발 등 공사가 지연된 일부 대단지 아파트의 입주가 예정돼 있는 건 다행이지만, 지금 상황이라면 3기 신도시 입주 전까지 공사 지연으로 인한 공급 부족 사태는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과거 입주물량 감소는 전셋값 상승에 이어 갭투자 증가로 인한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졌던 만큼 앞을 내다보는 대비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부동산 핵심클릭이었습니다.
[ 김경기 기자 goldgame@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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