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노스' 국내는 불호·해외는 극호?
전 세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5년 만에 돌아온 오징어게임 '시즌2'. 공개 이후 10일 연속 전 세계 TV쇼 부문 1위를 기록하며 정상에 등극했지만, 흥행과 별개로 싸늘한 혹평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시즌1에 비해 지루하게 느껴지는 서사 전개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가장 많은 비판의 화살이 향한 건 주연급 배우들의 연기력입니다.
'빨주노초 암 더 레전드 타노스'의 주인공, 9년 만에 연기자로서의 복귀를 알린 배우 최승현 (전 빅뱅 탑)이 연기력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작품 공개 전, 황동혁 감독은 그를 캐스팅할 수 밖에 없던 이유를 '결과물'로서 보여주겠다고 공언했지만 공개 이후 여론은 오히려 더 악화했습니다. 어색한 영어랩과 과장된 대사, 표정 연기가 몰입을 방해한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재밌는 건 비판일색인 국내 반응과 달리 해외에선 캐릭터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문화평론가 2인에게 그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유투브 숏츠에서 좋아요 수 12만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오징어 게임' 시즌2 속 타노스 (출처=유튜브)
"특이 행동 거부감 강해…배우 개인사도 영향"
이같은 현상을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국내외 문화 차이에 따른 것으로 봤습니다. 연기력에 대한 혹평의 기저에는 캐릭터 자체에 대한 불쾌감이 깔려 있는데, 한국이 유독 '특이한 행동을 일삼는 비호감 인물'의 존재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는 설명입니다. 우리 문화는 '자연스러운 것', '오버하지 않는 것', 자신을 내세우며 돋보이려 하는 일을 미덕으로 여기지 않는 시선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극중 타노스는 '약쟁이 래퍼'. 지속적인 마약 투약으로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는 설정 아래 극중 인물의 표정은 함축적이기보다 과잉되고, 내뱉는 대사 역시 현실적이기보다는 만화적이어야 했습니다. 배우의 과장된 연기는 감독이 주문한 캐릭터 구현의 일환일 수 있음에도 국내 특유의 심리적인 거부감이 캐릭터 및 연기 전반에 대한 평가절하로 이어진 면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반면 해외에서는 배우 개개인의 역량보다 캐릭터가 드라마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매력도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타노스의 '오글거리는' 랩은 하나의 밈(meme)이 됐습니다. 배우의 캐릭터 구현 능력에 대해 날카롭게 평가하려 들기보다 과장된 대사와 표정 자체를 재밌는 컨텐츠로서 받아들이는 이들이 많은 겁니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 볼 수는 없겠지만, 오겜2의 '타노스'는 K-컨텐츠의 세계화를 위해 앞으로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성격의 캐릭터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발연기 논란'엔 배우 개인의 과오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우리나라가 연예인에게 들이미는 도덕적 잣대는 외국에 비해 매우 엄격한 편"이라며, "배우 개인에 대한 호감도 역시 연기력 평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승현은 지난 2016년 자택에서 대마초 흡연 혐의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법적 처분을 받은 후에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기보다 이를 비판하는 누리꾼과 설전을 벌이는 기행으로 또 한 번 구설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후 그를 바라보는 국내 대중의 시선이 곱지 않아진 게 사실입니다. 가뜩이나 거슬리는 '마약 래퍼' 캐릭터에 겹쳐 보이는 개인사가 부정적 평가에 힘을 실었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자국 연예인에 대한 도덕적 잣대도 느슨한 해외 시청자들의 경우 처음 접하는 한국 배우의 도덕성에 대한 기대 역시 크지 않고, 큰 관심사도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황 감독의 말대로 오징어게임 시청국 중 그의 혐의였던 '대마초 흡연' 자체가 합법인 곳도 적지 않습니다. 이같은 문화적 차이가 '타노스'에 대한 극명한 호불호 현상으로 이어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심가현 기자 gohyun@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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