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후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문화 확산으로 급성장한 와인 시장이 올해에도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와인 수입량이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수입사들이 조용히 미소를 짓고 있다.
13일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 1~8월 국내 와인 수입액은 전년 동기보다 6%가량 늘어난 3억9320만달러(약 5592억원)를 기록했다. 추석과 성탄절 등 와인 선물 수요가 많은 9~12월 수입액을 더하면 지난해 연간 수입액(5억6000만달러)을 가볍게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관세청 집계를 살펴보면 국내 연간 와인 수입액은 지난 2020년 3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27.3% 늘어난 수준인데 지난해에 그 기록이 깨지며 역대 최고를 달성했고, 올해 또다시 이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주류업계 일각에선 1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와인 시장이 급성장하기 시작한 지난 2020년께에는 이 같은 성장세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수요가 갑작스레 늘어나 반갑기는 했으나, 여타 식품류처럼 '반짝 열풍'일 것으로 전망했다는 것이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와인 판매대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https://img.mbn.co.kr/filewww/news/other/2022/10/13/660202220101.jpg)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와인 판매대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특히 2030 소비자들 사이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인증샷' 열풍이 부는 것과 관련, 와인 소비가 중장기적으로 이뤄지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많을 때 매출을 최대한 늘리고 싶었는데 정말 판을 키워도 되나 싶어 불안했다"고 회상했다.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맛보다 라벨 디자인이 예쁜 와인이나 샴페인처럼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한 상품이 인기가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최근 들어서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굉장히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와인이 레드냐, 화이트냐. 단맛이 나냐, 아니냐만 따졌지만, 요즘은 특정 품종이나 제품을 문의하는 사례가 훨씬 늘었다"며 "소비자들끼리 온·오프라인에서 모임 등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면서 시장이 전보다 안정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와인 불모지로 꼽혔던 국내 시장이 급변하면서 유통가에서도 그에 발맞춰 사업을 다각화하는 분위기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2월 서울 송파구 잠실에 1322㎡(약 400평) 규모 와인 전문점 '보틀벙커' 1호점의 문을 연 뒤 올해 3월과 4월 창원중앙점과 광주상무점을 잇따라 선보였다.
경쟁사인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 역시 와인·주류 전문매장 개점을 각각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편의점 업계 역시 주류 특화매장을 구축하는 등 '슬세권' 내 와인 수요를 집중 공략하고자 경쟁 중이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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