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현대차 이사회 의장직에 올랐다.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자동차업계 흔들리는 가운데, 오너 일가가 직접나서 책임 경영을 펼쳐나가겠다는 행보로 분석된다.
19일 현대자동차는 이사회를 열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정몽구 회장이 21년만에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공석이 됐던 이사회 의장직을 아들인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이어받게 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원희 대표이사 사장이나 사외이사 중 한 명이 맡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상상황이 방향타를 틀었다.
현대차그룹에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날 이사회에서 정 수석부회장이 상황이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상당히 진중하니까, 이런 상황에서는 본인이 책임을 지고 (이사회) 의장을 맡아서 주도적으로 회사를 경영하는 게 낫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번 의사회 의장직 교체는 오너 일가의 세대교체 보다는 코로나19, 글로벌 공급과잉 사태 등에 따른 위기 돌파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현대차그룹은 중국 내 현지 부품 공장이 가동 중단되면서 한달 새 12만대에 이르는 생산 차질을 겪었다. 특히 중국에서는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의 판매량이 90% 이상 급감하는 등 '판매절벽'에 직면했다. 또한 미국에서도 주요 생산 거점인 앨라배마 공장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셧다운 됐다.
현대차 안팎으로 위기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 수석부회장은 직접 경영 전면에 나서 새로운 사업전략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난해 현대차가 발표한 2025전략에 발맞춰 그룹의 모빌리티 혁신 전략도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현대차 측은 정몽구 회장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지닌 회장으로서 그룹 경영 전체를 계속 총괄할 것이라며 '세대교체설'을 일축했다.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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