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표지를 '밀려드는 빙하(Surging Glaciers)’라는 제목의 연구논문이 장식했다. 논문에 따르면 노르웨이 스발바르에 있는 와렌베르그 빙하가 붕괴되면서 지난 2015년 기준 하루 평균 9m 규모의 얼음을 쏟아내고, 수천년간 안정적이었던 티베트 서부 빙하가 지난해 7월 두 차례나 부서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피해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7월 얼음 사태가 휩쓸고 지나간 티베트 서부 고원의 목초지는 30미터 두께의 얼음에 파묻혔고, 올림픽경기용 수영장 4만개를 채울 만한 얼음 잔해로 뒤덮였다. 앞서 2002년 남부 러시아 코카서스 산맥에서는 콜카 빙하가 마을로 넘어가 14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스웨덴 오슬로대 연구진은 지구온난화를 이 같은 재난의 공통적인 원인으로 지목했다.
빙하가 녹으면서 표면에 생긴 물이 갈라진 틈(균열)을 파고들고, 바닥에 고여 끝내 빙하를 쓰러뜨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원래 빙하는 눈이 많이 내리는 상층부에서 질량을 얻고, 얼음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 하층부에서 질량을 잃는다. 보통 이 과정은 서서히 일어나지만, 질량을 계속 축적하던 빙하가 기온 상승으로 녹기 시작하면 한 순간에 얼음을 쏟아낼 수 있다는 게 연구 요지다.
분석 결과 티베트 서부 평균기온이 지난 5년간 1.5℃나 올랐고, 3D 컴퓨터 모델을 돌린 결과 빙하 표면에서 녹아내린 물의 양은 50%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안드레아스 캡 오슬로대 교수는 사이언스지와의 인터뷰에서 "온난화되는 세계에서 우리는 점점 더 많은 빙하가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목격할 것이고, 위험 관리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세인트 앤드류대 빙하학자 하이디 세베르 교수도 "(빙하 바닥으로 침투하는) 물이 빙하 붕괴를 촉발하며, 이는 기후 변화와 직결돼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현재 지구 빙하의 1% 이상인 약 2300개가 이 같은 해빙 징조를 보이고 있으며, 스발바르, 캐나다 유콘, 알래스카, 서부 티베트, 중앙 아시아 키라코람과 파미르 산맥 등에 집중돼 있다.
최근 들어서는 지구 기온 상승의 완충 역할을 하는 북극에서도 온난화 진행이 빨라지고 있다는 관측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0일 알래스카 페어뱅크대 국제북극연구센터의 장샹동 교수는 중국 베이징 칭화대 동료들과의 공동 연구에서 "1998년부터 2012년까지 북극의 기온은 10년간 약 섭씨 0.05도 상승할 것이라던 기존 계산과 달리 10년간 약 0.112도나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 기간 북극이 전 세계 평균보다 6배 이상 따뜻해졌다는 연구 결과다. 장 교수는 "그 동안 과학자들은 북극의 기온이 전 세계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중요하지 않으며, 온난화 염려가 과장됐다고 봤다"며 "그러나 북극 기온 상승 속도가 더뎌지기는 커녕 빠른 속도로 진행형이라는 결정적 증거들이 나오면서 북극이 가지는 의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6일 '네이처'에는 21세기말이 되면 지구 기온이 지난 2013년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PC)'이 가정한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15% 가량 더 올라갈 것이라는 카네기 과학연구소 연구결과가 실렸다. 당시 IPCC 5차 보고서는 온실가스를 줄이지 못하고 현행 수준으로 계속해서 배출할 경우, 21세기말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940ppm에 달해 전 지구 기온이 4.8℃ 상승하고 강수량은 6%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카네기 연구소의 패트릭 브라운과 켄 칼데이라 박사는 지구 대기 최상위층에서 실제 관측한 데이터를 기준으로 기후모델을 돌려본 결과, 지구 기온이 IPPC 예측보다 15% 가량 더 상승. 5℃ 이상 오를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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