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삼성정밀화학 주주총회가 열리는 이 곳에선 진풍경이 연출됐다. 지난해 롯데그룹에 인수된 후 처음으로 열리는 주총장에 삼성정밀화학 노조원 50여명이 진입한 것. 다행히도 이들은 주인이 바뀐 것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었다.
어깨 부분에 ‘단결 투쟁’이란 글씨가 굵게 써져있는 남색 조끼를 입은 한 노조원은 “4년 8개월간 창조적 파트너십으로 회사를 이끌어 온 성 사장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러 왔다”며 “노동조합은 이제 생산과 안전에 책임을 지겠다”고 힘줘 말했다. 순식간에 주총장엔 “성인희 사장님 감사합니다”란 글씨가 새겨진 현수막이 여러 개 걸렸다.
성 사장은 삼성그룹 기업구조조정본부 인력팀 팀장 등을 거쳐 지난 2009년 삼성인력개발원 부원장까지 지낸 삼성의 대표적인 ‘인사통’으로 불린다. 2011년 8월부터 삼성정밀화학 사장을 맡아 온 그는 최근 롯데-삼성 빅딜과정에서 피인수기업을 매끄럽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성 사장은 “우리는 고난 속에서 강해졌 듯 롯데에 가서도 삼성에서 이루지 못했던 세계 최고의 화학회사 꿈을 반드시 이룰 것이라 믿는다”며 “삼성의 DNA와 롯데의 DNA를 합쳐서 일류회사를 만들어달라”고 답했다.
이날 삼성정밀화학 노조원들은 한명한명 성 사장과 포옹하며 꽃다발을 건넸다. 감사패를 전달한 후엔 이례적으로 헹가래까지 쳐주며 떠나는 성 사장에게 박수를 보냈다.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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