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1100조원에 육박하면서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공포에 기준금리를 3개월 만에 추가 인하했다. 수출이 부진하면서 그나마 우리 경제의 성장세를 견인하는 소비가 메르스 사태로 위축되고 있다는 게 한은이 설명하는 금리인하 배경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이달 기준금리를 종전 연 1.75%에서 연 1.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는 지난 3월 인하(0.25%포인트) 후 3개월 만에 추가 인하이며 사상 최저 수준이다. 이달 기준금리 인하는 금통위원 만장일치가 아니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 명의 금통위원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수출이 생각보다 부진한 가운데 메르스 사태가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하면서 “4월 전망한 성장경로에 하방리스크가 커졌다”고 말했다. 오는 7월 경제전망에서 사실상 성장률 하향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 한은은 지난 4월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4%에서 3.1%로 낮춘 바 있다.
이날 금리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우려감도 내비쳤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추가 인하는 가계부채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관계 당국이 가계부채 관리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다만 “가계부채 문제가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발전할 가능성은 없다”며 지나친 우려를 경계했다. 최근 가계대출은 최고치를 경신하며 급증세다. 지난 4월말 기준 은행과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새마을금고·상호금융 등)의 가계대출 잔액은 765조2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0조1000억원 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가규모도 지난해 7월(7조8000억원)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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