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 최대 반도체 제조회사인 SMIC(중신궈지·中芯國際)를 '블랙리스트(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리고 수출제한 조치에 나섰다. 통상·기술·금융 등 전방위에서 빚어지는 양국간 갈등이 핵심 미래산업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어 주목된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25일 관련 미국 기업들에게 앞으로 SMIC와 자회사들에게 특정 기술을 수출하려면 사전에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이후 개별 수출 건마다 승인을 얻게 한 것과 비슷한 조치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의 싹을 잘라버리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SMIC는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이자 이 분야 세계 5위 기업으로 관련 장비를 주로 미국에서 공급받고 있다. SMIC는 중국 정부가 '반도체 굴기'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로 뒷받침하고 있는 기업이다.
미국 상무부는 수출제한조치와 관련해 SMIC로 수출하는 반도체 기술과 장비가 중국군 활동에 이용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미국 국방부는 미국 기업과 SMIC간 거래로 미국 반도체 기술이 중국 인민 해방군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SMIC 측은 "오직 민간 상업적 최종 소비자들을 위해서만 반도체를 생산하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다"며 "SMIC는 중국 군과 아무 관련이 없으며 군용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이번 제재가 확정되면 SMIC는 향후 생산, 기술 개발이 어려워져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있다. 이번 조치는 '화웨이 고사작전' 2탄 성격이 있다. 미국이 화웨이와 반도체 파운드리 세계 최대 기업인 대만 TSMC의 거래를 제한하자 중국 정부는 SMIC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나선 상태였다. 이런 점까지 감안해 SMIC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마련한 것이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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