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가 전세계에 피해를 주자 '코로나코인'이 요즘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눈길을 끌어모으고 있다. 글로벌위기가 닥치면 오르곤 하던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되려 떨어지는 상황에서 코로나코인은 가격이 2주전 보다 6배 이상 폭등했다. 온라인커뮤니티에서 "불행을 상업화했다"는 비난도 터져나오자 개발진은 "수익 일부는 코로나 퇴치를 위해 기부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타인의 불행으로 돈을 번다는 데 대한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불행의 상업화` 논란 속에 코로나코인(NCOV) 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암호화폐인만큼 변동성도 커서 대량 투자 손실 가능성이 만만치 않다. [출처 = 코인게코닷컴]
한국 시간 기준 1일 오전 11시 20분 기준 코로나코인(NCOV) 가격은 1단위 당 0.01552600달러로 전달 같은 시간보다 51.6%나 올랐다. 2주 전 같은 시간보다 538.2%오른 가격이다. 미국에서 코로나19확진자 첫 사망소식이 전해진 2월 29일 저녁 무렵에는 가격이 0.03328806로 치솟기도 했다. 코로나코인은 이더리움 토큰 발행 표준인 ERC-20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실제 거래는 주로 이더리움(ETH)을 통해 이뤄진다.지난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코로나코인은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포챈(4chan)'개발진 7명이 최근 발행한 암호화폐다. 포챈은 극우 증오·범죄의 온상인 미국판 '일베'(일간베스트)로 알려져있다.
코로나코인은 전세계 인구 숫자에 맞춰 76억 495만3650개가 발행됐다. 48시간 마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 기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합친 수만큼 코로나코인 토큰을 소각하는데 코로나19 피해자가 늘어날 수록 토큰 희소성이 높아진다. 피해 규모가 커지고 수요자가 늘면 그만큼 값이 뛰는 구조다. 지금까지 소각된 토큰 수는 8만 8123개에 이른다.
다만 '코로나코인은 사람 목숨을 돈벌이에 악용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온라인커뮤니티 레딧 등에서는 "모더나 백신 주 주가가 뛰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코로나코인으로 돈을 벌려는 것은 비도덕적"이라는 비난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임상시험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히면서 '코로나19관련 미국판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가 급등한 회사다.
다만 이에 대해 코로나코인 측은 "이게 국제기구가 발행한 '판데믹(Pandemic·전세계 대유행 전염병)' 채권과 뭐가 다르냐?"는 반박 입장을 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켐프 써니 코로나코인 텔레그램 채널 관리자는 윤리성 논란에 대해 "국제보건기구(WHO)도 판데믹 채권을 만들지 않았느냐"면서 "코로나코인은 전체 발행량의 20%를 기부용으로 쓰이고 나머지는 개발과 소각용도 등으로 쓴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코인 발행 목적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도 있다"고 항변하면서 조만간 코로나19 교육용 게임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인 개발팀은 코로나19전파 상황을 텔레그램같은 사회연결망(SNS)을 통해 실시간 알리는 '코로나 바이러스 봇'을 운영한다. 중국이 공개하는 확진자 현황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통계를 내보겠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이 역시 결국은 코로나19위기의 심각성과 아픔을 공유하는 목적이라기 보다는 코로나코인 투자 정보 알리미 역할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따른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WB) 총재는 지난 달 10일(현지시간) "중국에 (코로나19 퇴치용) 대출을 해줄 계획이 없다"면서 강경한 입장을 냈다. 다만 이후 코로나19가 중국 밖으로 확산되면서 WB판데믹 채권 가동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사진 출처 = WB]
코로나코인 측이 언급한 판데믹 채권은 지난 2017년 세계은행(WB)이 발행한 '판데믹 채권'이다. 코로나19가 문제의 진원지인 중국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희생자를 내고 있기 때문에 한편에선 WB의 판데믹 채권이 가동될 지 여부도 관심사다. 이 채권은 지난 2014년 에볼라바이러스 발생 당시 발원지인 서아프리카 기니 등지에서 자금이 모자라 상황 대응에 실패한 탓에 1만1000명의 사망자를 냈던 아픈 경험을 기반으로 WB가 출시했다.![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통계에 따르면 1일 기준 전세계 65개곳(홍콩·마카오·대만 포함)에서 확진자가 총8만6982명, 사망자는 2978명에 이른다. [출처 = 대학 통계사이트]](https://img.mbn.co.kr/filewww/news/other/2020/03/03/030302533021.jpg)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통계에 따르면 1일 기준 전세계 65개곳(홍콩·마카오·대만 포함)에서 확진자가 총8만6982명, 사망자는 2978명에 이른다. [출처 = 대학 통계사이트]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통계에 따르면 1일 기준 전세계 65개곳(홍콩·마카오·대만 포함)에서 확진자가 총8만6982명, 사망자는 2978명에 이른다. 이미 중국 본토를 제외하면 이란(43명)과 이탈리아(29명)에서 사망자 수가 20명을 넘어섰다.이처럼 코로나19가 확산돼도 WB판데믹 채권은 '실효성이 낮고 투자자들 배만 채운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채권은 판데믹 발생 시 투자자들의 투자금액이 WB의 '유행병 긴급 자금 조달 창구(PEF)'로 쓰인다는 리스크가 있지만 대신 수익률이 기존 금리보다 높다. 올가 조나스 전 WB경제 고문은 "채권 자체가 지급 가능성을 최소화하도록 만들어졌다"면서 "채권이 PEF로 가동되기 위한 시간 기준(12주)이 너무 길어서 그 동안 전염병이 더욱 통제하기 힘든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에게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얘기다.
독일 DW방송에 따르면 WB판데믹 채권은 만기·수익률 기준으로는 A급(7%)과 B급(11%)으로 총 두 가지다.
판데믹 채권은 진원지 국가에서 250명 이상·제2국가 등에서도 20명 이상 사망하고, 12주 간 일정 비율 이상으로 전염병이 확신되면 PEF로서 가동된다. 다만 B채권은 전염병 최초 발병국이 아닌 제2국에서 최소 20명이 사망하는 경우 PEF로 가동될 수 있다. DW방송은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에서 이미 250명 이상이 사망했고 한국과 이란 등 다른 나라에서 피해가 늘고 있는데도 기준에 따르면 12주를 채우기 위해 3월 23일까지 두고봐야 채권을 기금으로 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B급이 '위험도와 수익률' 측면에서 A급보다 투자 매력이 크다고 여겨지기도 했다. WB판데믹채권 발행 당시인 2017년에도 '불행을 사고파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지만 채권 발행 수의 200%넘는 투자자들이 몰린 바 있다. 당시 세계은행 산하 국제개발협회(IDA)와 회원국인 독일, 일본 외에 미국·유럽 등지 자산관리사·각 국 연기금, 재앙전문채권단이 투자자로 참여했고 특히 B급 채권의 경우 영국 투자자문사 베일리에 기포드를 비롯해 프랑스 아문디 자산운용사, 미국 스톤리지 자산운용사 등이 줄줄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채권 판매액도 A급(9500만 달러)보다 B급(2억2500만 달러)이 더 규모가 크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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