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부가 구글의 과세 회피 의혹과 관련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는 지난달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애플이 아일랜드 정부로부터 불법적인 세금 감면 혜택을 받았다며 아일랜드 정부에게 애플로부터 130억 유로(약 16조3000억원)의 세금을 추가 징수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등 다국적기업의 과세 회피에 대한 각국 정부의 단속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주목된다.
20일 로이터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조세당국은 전날 4명으로 구성된 조사팀을 자카르타에 있는 구글 인도네시아 사무실에 파견, 세금 관련 규정 준수 여부를 조사했다. 구글은 광고수익 등 인도네시아 내에서 올린 매출을 싱가포르에 있는 구글 아시아태평양 본부에 귀속시키는 수법으로 세금 납부를 피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무하마드 하니브 인도네시아 국세청 자카르타 지부장은 “구글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냈어야 할 소득세와 부가가치세의 불과 0.1%만을 납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부과될 체납세금과 벌금은 총 5조5000억 루피아(약 4700억 원)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세금체납자에 대해 체납액의 최대 4배에 이르는 벌금을 부과한다. 인도네시아 조세 당국은 구글이 지난해 납부했어야 할 세금 규모를 총 7600만 달러(851억원)로 추산하고 있다. 하니브 지부장은 “지난해 뿐만 아니라 2011년 구글이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이후. 제대로 내지 않은 세금 내역을 모두 조사 중”이라며 “구글 다음 조사대상은 페이스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인구 2억6000만 명 중 30%만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지만, 소득수준 향상과 스마트폰 보급 등의 영향으로 그 비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디지털 광고 매출은 총 8억3000만 달러였으며 이중 70%를 구글과 페이스북이 싹쓸이했다.
로이터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구글 세무 조사에 대해 “세금 관련 국제 조류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크로포트 스펜스 영국 워릭 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다국적기업들은 세금이 적은 곳을 찾아 지구촌 곳곳을 뒤지며 자국 내 투자 유치를 원하는 각국 정부들을 상대로 ‘절세 혜택 쇼핑’에 몰두해 왔다”며 “이제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반격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애플과 맥도날드, 크라이슬러 등 다국적기업들의 과세 회피에 엄중 대응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은 세무조사를 다른 기업들로 확대할 방침이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집행위원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애플에 대한 세금 추징 결정은 옳은 것이며 이에 항의하는 서한에 연대 서명한 미국 대기업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18일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익이 발생한 곳에서 세금을 매기는 것은 100% 합법적“이라며 ”미국 기업들이 유럽 기업보다 세금을 덜 낸다는 것은 비위에 거슬린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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