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얼굴, 살모사를 보고도 놀라지 않고 한방에 기절시키는 남자. 그가 162번째 자연인 정학영(63세) 씨다. 평온한 자연의 품이라도 때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그 어떤 일이 일어난다고 한들 그의 지난날에 비할 수 있을까. 실패와 좌절, 그리고 생이별을 겪어야만 했던 참 굴곡 많았던 인생길이었다.
“정말이지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고 살았으니까…”
해외 건설 바람이 불던 80년 대 초.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사우디로 떠났다. 3년 동안 하루에 2~3시간만 자며 일했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한국으로 돌아와 양계장과 슈퍼를 했지만 욕심처럼 되질 않았고 결국 남은 건 빚. 힘든 시간은 거기서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그에게 9년 전, 8월 3일은 가슴이 미어질 정도로 아프고 영영 지울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는데… 하나뿐인 아들을 오토바이 사고로 잃게 된 것이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아들은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고, 잘 해주지 못 해 미안하다는 마지막 인사조차도 전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허망하게 아들을 떠나보내고 배가 고파 밥을 먹는 자신이 싫었다는 자연인.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고 왜 하필, 내 아들이어야만 했는지 세상을 원망하기도 했다. 그러다 경제적인 이유로 아내와도 헤어져야만 했고 결국 혼자가 된 그가 기댈 곳은 산이었다.
해발 500미터, 깊은 산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채워가는 정학영 씨. 세월에 쓸려 낡고 허름한 집에 살지만 하늘과 맞닿은 산맥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어 하염없이 바라만 봐도 좋고, 산중에 목소리가 퍼져나가도록 노래를 부르며 외로움을 달래기도 한다. 그런 그가 이루고픈 바람이 있기에 다가오는 날들을 더 건강하고 활기차게 지내려 한다는데… 도시에 있을 땐 밥을 사먹기만 했던 그가 이젠 밥걱정 할 일이 없단다. 산초와 우슬을 넣어 끓인 멧돼지 수육, 지치 차, 산삼 된장찌개와 생선구이까지. 속을 든든하게 채우면 진돌이를 데리고 운동 삼아 산행을 하기고 하고 부지런히 겨울 채비를 하기도 한다. 만약 자연이 아니었더라면 방황했을지도 모른다며 지난 시간을 뒤로 하고 다시 살게 해 준 산이 고맙고 이젠 웃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자연인. 그의 마지막 바람은 무엇일까? 아픔을 딛고 홀로 선 정학영 씨의 이야기는 오는 10월 14일 수요일 밤 9시 5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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