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제안…농담으로 생각하면 안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무력으로 점령할 수도 있다고 시사하면서 그린란드 주민들이 당혹감과 불안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현지시간으로 오늘(8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그린란드 원주민이자 라디오 프로듀서인 크리스티안 울로리악 제페센은 "모든 것이 무섭게 돌아가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첫 대통령 임기 때인 2019년 그린란드 섬을 매입하겠다고 말했을 때 그린란드와 덴마크 국민 대부분은 트럼프의 제안을 농담이라고 생각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농담이라고 생각했던 건 잘못된 일이었다면서 "지금 우리가 어떤 상황인지 보라"고 했습니다.
그린란드의 작은 마을 콰코르토크에 사는 간호사 아비아아자 샌드그렌은 "(그린란드가 미국에 속하면) 우리는 많은 혜택을 잃게 될 것이다. 무료 교육, 교육 보조금, 무료 의료 서비스, 무료 의료 혜택을 받고 있고, 그린란드에서는 모든 것이 무료"라고 이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덴마크 대사 발탁 소식을 전하면서 "국가 안보와 전 세계의 자유를 위해 미국은 그린란드의 소유권과 지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어제(8일)는 그린란드를 미국이 차지하기 위해 군사력 투입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미국 우선주의' 외교 노선 속 팽창주의적 입장을 노골화했습니다. 지난 7일엔 트럼프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관광' 목적을 내세워 그린란드 수도 누크를 방문했습니다.
이에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그린란드는 매물이 아니다"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덴마크 의회에서 그린란드를 대표하는 두 명의 의원 중 한 명인 아자 켐니츠는 트럼프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린란드의 독립운동을 부추기려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덴마크와 미국 간 게임에서 '졸'이 될 위험이 있다"며 "미국의 시스템을 봤는데 그것이 평등에 얼마나 해로울 수 있는지 안다"고 우려했습니다.
300년간 덴마크의 지배를 받던 그린란드는 1953년 덴마크에 공식 편입돼 2009년부터는 외교·국방을 제외한 모든 정책 결정에 대한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천연자원, 특히 희토류 광물의 풍부함과 북극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으로 인해 그린란드는 미국 국가 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요충지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 사진 = 로이터 연합뉴스
덴마크와 언어도 문화도 인종도 다른 그린란드 내부에는 독립을 열망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행보를 마냥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습니다.
그린란드 일간 세르미치악은 트럼프 주니어의 누크 방문 당시 일부 현지인들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트럼프의 구호이자 트럼프 지지층을 통칭하는 용어) 모자를 쓰고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트럼프 주니어에 대한 따뜻하지만 절제된 환영"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린란드 주민 옌스 오스터만은 "그린란드는 부유한 나라이고 우리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으니 강대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앞서 신년사에서 "세계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소위 식민주의의 족쇄라고 할 수 있는 협력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전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독립 여부는 전적으로 그린란드인의 의사에 달렸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린란드는 자치정부법에 따라 주민투표를 통해 독립을 선언할 수 있습니다.
[최유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t590267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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