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공작원들이 미국의 소셜미디어(SNS)와 첨단 기술을 활용해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은 북한 측이 SNS로 신분을 위장하고 미국의 구직 사이트와 메신저, 인터넷 결제서비스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제재망을 피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WSJ은 지난해 2월 말레이시아에서 벌어진 김정남 암살사건 당시 추방된 한 북한 요원의 컴퓨터와 휴대전화기에서 그가 중국 선양(瀋陽)에 근거를 둔 한 IT 기업인과 북한을 위한 영리사업에 관해 대화를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신문은 고객들과의 인터뷰, 구직사이트 기록 등을 통해 이 기업이 최소 수만달러를 벌어들였다고 결론을 내렸다.
북한이 이처럼 가짜 소셜미디어 계정을 이용한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으로 거둔 총 수익이 수백만달러(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선양에서 활동하는 '리광원'이라는 이 기업인과 일당은 SNS상의 가짜 신분으로 50개 이상의 가짜 SNS 프로필과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한국계 중국인인 첸둥광은 WSJ 인터뷰에서 2016년 리광원과 만나 '북한의 의료영상 소프트웨어를 팔기 위한 회사를 세우는 데 도움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첸둥광의 신분을 도용해 허위 신분을 만들고 프로그래머 모집에 사용했다.
미국의 구직 사이트 프리랜서닷컴에서 '첸둥광'이라는 이용자에게 고용된 스리랑카 프로그래머는 800달러(약 90만원)의 임금이 체불됐다.
심지어 리광원 일당은 미국에 사는 태국 시민권자가 보스턴에 설립한 'SQ 테크놀로지'라는 회사의 인터넷 주소(URL)만 바꾼 가짜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들은 프로그램 개발과 그래픽 디자인 등의 업무를 맡긴 뒤 임금을 떼어먹는 수법을 썼다.
한 파키스탄 프로그래머는 미국의 기업용 메신저 '슬랙'을 통해 이 회사 공동 창업자라고 주장하는 사람과 월 3500달러(약 390만원)를 받는 조건으로 프로그램 개발 업무를 맡았다.
그러나 프로그래머들은 가짜 회사로부터 한 푼도 받지 못해 진짜 'SQ 테크놀로지'에 항의했고 이 사실을 뒤늦게 안 회사 측은 가짜 회사를 미연방수사국(FBI)에 신고했다.
[디지털뉴스국 손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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