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아프리카 저개발국을 '거지 같은(shithole) 나라들'이라 지칭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발언이 전 세계적 반발을 낳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미국 정보기관 분석가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NBC뉴스는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가을 해외 인질정책 관련 브리핑을 위해 백악관 집무실을 방문한 한국계 미국인 여성 정보분석가 앞에서 "예쁜 한국 여성이 왜 우리 정부의 대북 협상에 참여하고 있지 않느냐"고 발언했다고 당시 그 자리에 있던 관계자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어디 출신이냐"는 대통령의 질문에 해당 분석가가 "뉴욕 맨해튼"이라고 답하자 그는 거듭 "당신 부모가 어느 나라 출신이냐"고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여성의 직무가 그녀의 인종과 민족 특성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고 제안하는 모양새였다고 첨언했다. 다인종·다문화 국가인 미국에서 한 사람의 인종과 민족적 특징을 공개적으로 꼬집어 표현하는 것은 특히 금기시된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다시금 논란을 일으켰다.
NBC의 보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른바 '거지 같은 나라' 발언이 나온 지 채 이틀도 안 된 시점에서 등장해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면모를 더욱 부각시켰다.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의원 6명과 모인 자리에서 엘살바도르, 아이티 등 저개발국 출신 이민자들을 겨냥해 "왜 우리가 거지 같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다 받아야 하느냐"고 막말을 쏟아낸 것이 알려진 이래 세계 곳곳에서는 강도 높은 규탄이 이어졌다.
아프리카 54개국의 유엔 주재 대사들로 구성된 아프리카그룹은 12일 성명을 통해 "미국 대통령의 충격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외국인 혐오 발언에 어안이 벙벙하다"고 밝히며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앞서 범아프리카 국제기구인 아프리카연합(AU) 역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으며, 보츠와나와 세네갈은 각각 자국 주재 미국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중미의 아이티 정부도 이날 자국 주재 미국 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한편 성명을 내고 "보도된 대통령의 발언은 무례하고 모욕적"이라며 "우리는 그의 발언에 깊이 분노하고 있고,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논란이 확산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내가 사용한 언어와 다르다"고 발언을 부인하면서 "나는 아이티 인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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