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와 지방경제 쇠락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에 빠진 일본 지방은행들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되자 이합집산을 서두르고 있다.
예금 감소와 자금운용이 힘들어진 상황을 타개하려면 덩치를 키워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방법 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규슈 최대 은행인 후쿠오카파이낸셜그룹(FG)은 나가사키현 쥬하치은행과 내년 4월까지 경영을 통합하기로 합의했다. 지방은행 전체를 통틀어 총자산 2위인 후쿠오카FG가 총자산 47위의 쥬하치은행과 통합을 완료하면 총자산이 18조7000억엔(약 205조원)에 달해 지방은행 1위로 올라서게 된다.
후쿠오카FG는 우선 나가사키현에서 영업중인 산하의 신와은행과 쥬하치은행을 합병해 효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쥬하치은행과 신와은행은 나가사키현 1위와 2위를 다투는 은행들이다. 두 은행이 합병하면 중복되는 영업망을 정비하고, 유망 지방기업 발굴을 강화해 수익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요코하마은행과 히가시니혼은행이 통합해 올해 4월에 출범할 예정인 콘코디아파이낸셜그룹(FG)은 후쿠오카FG에 밀려 지방은행 2위로 내려앉게 됐다. 콘코디아FG 자산 규모는 17조4000억엔(약 190조원)에 달한다. 요코하마은행과 히가시니혼은행의 거점은 각각 도쿄와 바로 옆 가나가와현으로 메가뱅크 못지 않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 지방은행 총자산 3위는 올해 10월 통합작업이 완료되는 수도권 이바라키현과 도치기현에 근거지를 둔 조요은행과 아시카가홀딩스(HD)로 자산 규모는 14조8000억엔(약 162조원) 수준이다. 전국에 거점을 둔 미쓰비시도쿄UFJ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 등 3대 메가뱅크가 이합집산을 통해 탄생했던 것처럼 지방은행도 이합집산을 거쳐 3개의 거대은행이 나오게 된 것이다.
지방은행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은 전체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데다 경제력이 도쿄에 집중되면서 지방경제가 쇠락하고 있는 것이 근본 이유다. 이날 총무성이 발표한 2015년 국세조사에 따르면 작년 10월 시점 총인구는 1억2711만명으로 10년 전 조사와 비교해 94만7305명(0.7%)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지방은행들은 이전부터 생존을 위해 주변은행과 통합을 추진해왔다. 이번에 쥬하치은행과 경영통합을 밝힌 후쿠오카FG도 2007년 규슈의 후쿠오카은행과 구마모토은행이 합병해 덩치를 키운 것이다.
여기에 이달부터 시행된 마이너스 금리는 지방은행에는 독약이 되고 있다. 고객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예대마진까지 줄어들면서 수익기반이 무너지고 있고, 그나마 보유중인 자산을 제대로 운용하는 것도 어려워져 이중고에 빠져들고 있다. 일본 금융청이 분석한 결과 대출 경쟁 등으로 2017년도(2018년 3월말 결산) 지방은행의 80%는 지금보다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청 추청지로는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되기 전이라 실제로는 경영이 더욱 악화될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아직도 100여개에 달하는 지방은행들의 이합집산은 앞으로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도 지역경제를 키우기 위해서는 수익기반이 탄탄한 지방은행으로 뭉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 당분간 지방은행 이합집산은 일본 금융계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다.
[도쿄 = 황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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