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원유생산 및 수출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신용등급이 무려 2단계 추락했다. 남미 최대 산유국 브라질은 신용등급이 정크(투기)등급으로 떨어지고 오만·바레인·카자흐스탄 등도 도미노로 강등당했다. 최근 석유수출기구(OPEC) 국가들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이 가까스로 생산량 동결에 합의했지만 산유국들에 미치는 유가쇼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17일(현지시간)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두 단계 낮췄다.
S&P는 이날 사우디의 장기 국가신용등급(외화·자국화 표시채권 발행등급·IDR)을 ‘A+’에서 ‘A-’로 두 단계 낮췄다. 단기 신용등급도 ‘A-1’에서 ‘A-2’로 한단계 강등했다. 지난해 10월 사우디의 장·단기 국가신용등급을 한단계씩 낮춘후 석달만이다. 다만 전망은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S&P는 “유가 하락으로 원유 의존도가 높은 사우디의 재정·경제 지표가 지속적으로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만 해도 신용등급이 한국·중국 등과 같은 AA-였다. 하지만 3단계나 떨어지면서 이제는 말레이시아와 같은 등급이 됐다.
S&P는 이날 다른 산유국 신용등급도 낮췄다. 바레인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2계단 떨어뜨렸고 오만도 ‘BBB+’에서 ‘BBB-’로 신용등급을 2단계 강등시켰다. S&P는 이날 지난해 투기등급으로 낮춘 브라질의 신용등급도 BB+’에서 ‘BB’로 한 단계 더 내렸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지난해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달하는 980억 달러로 건국 8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우디 정부의 지난해 재정수입은 1620억 달러로 금융 위기로 유가가 폭락한 2009년 이후 최저치였다. 유가가 배럴당 10∼30달러에 머물던 1983∼2002년에도 사우디아라비아는 19차례나 재정적자를 겪었을 정도로 저유가에 따른 타격이 크다.
디폴트 위기가 커진 베네수엘라는 20 년만에 내수용 휘발유 값을 대폭 올렸다. 그동안 민심이반을 우려해 경제파탄에도 정부재정을 투입해가며 가격인상을 막아왔는데 임계점에 다다른 것이다. 옥탄가 95짜리 휘발유는 현재 리터당 0.097 볼리바르에서 6볼리바르로 6086% 오르고 옥탄가91의 경우 1329% 상승한다.
한편 미국 금리인상과 유가붕괴등으로 페소화가치가 급락한 멕시코도 기준금리를 깜짝 인상했다. 17일 멕시코 중앙은행은 3.75%로 기준 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또한 외환시장에 개입해 이날 페소화 가격은 거의 5% 가까이 올랐다. 달러 매도라는 직접적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한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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