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난생 처음 ‘산책냥이’를 만났다. 보호자 말로는 고양이가 최근 살이 많이 쪄서 운동 삼아 나왔다는 것이다. 반려견도 함께인 그들의 산책은 나름 순조로워 보였지만 나는 불안했다. 주위에 산책 중인 개들이 목줄을 한 고양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고양이 산책에 관해서는 찬반 의견이 있다. 산책이 고양이의 야생성을 지키고 호기심을 충족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쪽과, 영역 동물인 데다 감각이 예민한 고양이가 낯선 환경에 노출되면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쪽이 팽팽하게 맞붙는다. 안전 이슈를 들어 후자 쪽이 더 강하게 어필되기는 한다.
일단 고양이가 산책을 시작하면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점점 멀리까지 이동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이미 영역을 차지한 길냥이들과 싸우기도 하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 놀라 도망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때로는 스스로 가출을 택하기도 한다. 친구의 반려묘 ‘딩키’가 그런 사례다. 실내묘였던 딩키는 열린 창문 틈으로 나가 바깥 세상을 경험하더니 외출이 잦아졌다. 하루는 얼굴에 상처가 난 채로 돌아와서 친구가 산책을 금지했는데, 몇 날 며칠을 울다가 탈출한 뒤 4년이 지난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산책냥이의 안전을 위협하는 또 한 가지는 감염이다. 진드기와 벼룩이 옮을 수도 있고, 다른 고양이들과의 접촉을 통해 범백(범백 혈구 감소증)이나 칼리시(호흡기, 구강질환 유발 바이러스) 같은 전염병에 노출되기도 쉽다. 문제는 고양이들의 성실한 그루밍이 털에 붙은 이물질과 병균을 체내로 옮기기 좋다는 점이다. 실제로 산책냥이의 평균 수명이 실내냥이의 2/3밖에 안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SNS에는 제법 산책을 즐기는 반려묘도 보인다. 다만 아무리 산책에 능숙하고 훈련을 잘 받은 고양이라도, 예기치 않은 자극에 노출되면 제어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는 집사들도 동의한다. 고양이가 위험을 감지하면 높은 곳으로 올라가거나 은신처에 숨어 몸을 피해야 하는데, 산책 중에는 그럴 수 없다 보니 극한의 공포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고양이도 산책 한번 시켜 볼까?’ 하는 위험한 도전은 애초에 생각도 말라고 조언한다. 고양이는 야생에서도 넓은 공간을 통제하려 들지 않는다. 특정한 범위를 자신의 영역으로 정하고 그곳에서 편히 생활하는 데서 최고의 만족감을 느낀다. 고양이의 운동량이 적어 걱정이라면 캣타워나 캣스텝, 캣휠 등을 설치해 부지런히 왔다 갔다 하거나 뛰거나 오르내릴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놀잇감으로 사냥 놀이를 해 주는 것도 좋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61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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