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제가 있다는 것만 잊지 말아주세요.”
최근까지 KBO리그 최고령 선발투수로 활약했던 노경은(38)은 올 시즌 SSG 랜더스 마운드의 빛이다.
노경은은 개막전부터 선발로 나와 한 달 간 활약하며 SSG의 4월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이후 손가락 골절이란 부상을 겪었음에도 두 달만에 순조롭게 복귀전을 치렀다. 선발 8경기 성적은 5승 3패 평균자책 3.38.
최근 구원투수로 보직을 변경한 이후에도 무실점 역투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최근 5경기 8이닝 무실점 2승 2홀드 ‘평균자책 0’의 역투다. 산발 안타를 허용했지만 이후 타자를 삼진이나 범타로 돌려세우며 자책점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에서 방출돼 트라이아웃 절차 끝에 SSG에 입단한 노경은의 현재 성적은 13경기 7승 3패 2홀드 평균자책 2.81이다. 이렇듯 팀의 필요에 따라 흔쾌히 선발과 구원을 오가고 있는 요즘 노경은의 얼굴에는 늘 미소가 가득하다.
2일 키움전에서도 2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구원승을 올리며 SSG의 4연승을 이끌었다. 경기 직후 만난 노경은은 다시 불펜으로 나오는 상황이 힘들지 않냐고 묻자 “하나도 힘들지 않다. 지금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 얼굴에는 보직 변경에 대한 아쉬움이나 서운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사실 앞서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에 교체 외국인 투수로 숀 모리만도가 팀에 합류하고, 연습경기 등판을 순조롭게 마치자 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바로 잘 던지고 있는 선발투수 가운데 한 명이 빼야 하는 선택을 내려야 했기 때문.
난제였다. 애초에 선발로 예정하고 거액의 비용을 들여 모리만도를 데려온 만큼 내국인 선발 투수 중 한 명이 불펜으로 이동하는 건 불가피했다.
후보는 노경은-이태양-오원석 중 한 명. 그리고 김 감독의 첫 결정은 노경은이었다. 이어 좌완 구원투수가 부족한 사정상 오원석도 최근 추가로 불펜에 합류했다.
“실력은 누가 낫다는 평가는 분명히 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를 빼냐’가 중요한 것 보단 (이)태양이가 선발로 그동안 경기를 잘해줬고, (노)경은이는 한참 전 얘기지만 마무리 투수를 했던 경험도 있고 공을 던지는 게 불펜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2명 가운데 한 명의 부족함이나 아쉬움을 보고 뺀다는 판단을 내렸다기보다 최근 팀 공헌도와 노경은의 불펜 경험과 경쟁력 등을 두루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
올 시즌 선발과 구원으로 20경기에 출전해 6승 3패 1홀드 평균자책 3.51의 성적을 올린 이태양의 동기부여도 함께 고려한 결정이었다. 그리고 이런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배경엔 노경은에 대한 김 감독의 인간적인 믿음이 있었다.
노경은과 김 감독은 이미 롯데 자이언츠 시절 투수코치와 선수로 호흡을 맞춘 사이다. 그리고 김 감독은 이 기회에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두 사람 간의 끈끈한 비화를 전했다.
“롯데에서 투수코치를 하면서 처음으로 노경은을 만났었다. 그때 경은이가 조금 부진해서 2군으로 내려가야 했다. 그때 내게 한 얘기가 (기억에 남는다). 퓨처스행을 통보하고 이야기 할 때 보통은 힘들다. 어린 투수면 ‘네 알겠습니다. 또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서로 얼굴 붉히지 않게 된다. 그런데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선수들은 표정에서 ‘내가 또 왜 가야하지’라는 걸 느낄 수 있다. 또 미안해서 말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경은이는 딱 한 마디만 하더라. ‘가서 또 열심히 준비 할 테니까 저 잊지 마세요. (웃으면서) 저 2군에 있는 것만 기억해 주세요.’라고. 너무 고맙더라.”
지금도 그런 태도는 변함이 없다. 김 감독은 “자기 일 열심히 하고 뭐든지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며 노경은의 평소 모습을 설명한 이후 “그런 모습이나 태도 덕분에 그래서 경은이가 지금도 잘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모습이 진심이기에 더 고맙다. 김 감독은 “선수에겐 경기에서 빼는 것과 2군에 가는 게 불이익으로 느껴진다. 나 역시 선수 때는 ‘내가 왜 가’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했었다”며 자신의 과거 선수시절 경험을 돌이켜 본 이후 “그런데 노경은을 보면서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사람의 머릿속에 기억을 남기고 한 번이라도 더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겠구나 싶다”고 했다.
“그건 뭔가 머리를 쓰거나 해서가 아니라 진심에서 나오는 거라고 보인다. 지금도 경은이랑 대화하면 그냥 ‘행복하다’고 ‘공 던지고 있으니까 좋다’고 그런다. 언제든지 자신은 시키는 대로 한다고 얘기를 했었다. 그리고 문승원이나 박종훈이 복귀하기 전에도 ‘그 선수들 올 때까지 확실하게 하겠습니다’라고 표현하더라. 고마운 선수다. 거기에 야구까지 잘 하고 있으니까.” 노경은에게 받았던 강렬한 첫인상으로 시작된 김 감독의 이야기는 현재까지 이어져 끊일줄을 몰랐다.
[고척(서울)=김원익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까지 KBO리그 최고령 선발투수로 활약했던 노경은(38)은 올 시즌 SSG 랜더스 마운드의 빛이다.
노경은은 개막전부터 선발로 나와 한 달 간 활약하며 SSG의 4월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이후 손가락 골절이란 부상을 겪었음에도 두 달만에 순조롭게 복귀전을 치렀다. 선발 8경기 성적은 5승 3패 평균자책 3.38.
최근 구원투수로 보직을 변경한 이후에도 무실점 역투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구원투수로 등판한 최근 5경기 8이닝 무실점 2승 2홀드 ‘평균자책 0’의 역투다. 산발 안타를 허용했지만 이후 타자를 삼진이나 범타로 돌려세우며 자책점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에서 방출돼 트라이아웃 절차 끝에 SSG에 입단한 노경은의 현재 성적은 13경기 7승 3패 2홀드 평균자책 2.81이다. 이렇듯 팀의 필요에 따라 흔쾌히 선발과 구원을 오가고 있는 요즘 노경은의 얼굴에는 늘 미소가 가득하다.
2일 키움전에서도 2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구원승을 올리며 SSG의 4연승을 이끌었다. 경기 직후 만난 노경은은 다시 불펜으로 나오는 상황이 힘들지 않냐고 묻자 “하나도 힘들지 않다. 지금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 얼굴에는 보직 변경에 대한 아쉬움이나 서운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사실 앞서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에 교체 외국인 투수로 숀 모리만도가 팀에 합류하고, 연습경기 등판을 순조롭게 마치자 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바로 잘 던지고 있는 선발투수 가운데 한 명이 빼야 하는 선택을 내려야 했기 때문.
난제였다. 애초에 선발로 예정하고 거액의 비용을 들여 모리만도를 데려온 만큼 내국인 선발 투수 중 한 명이 불펜으로 이동하는 건 불가피했다.
후보는 노경은-이태양-오원석 중 한 명. 그리고 김 감독의 첫 결정은 노경은이었다. 이어 좌완 구원투수가 부족한 사정상 오원석도 최근 추가로 불펜에 합류했다.
지난해 시즌 종료 후 소속팀이 없었던 노경은의 올 시즌 성적은 13경기 7승 3패 2홀드 평균자책 2.81이다. 사진=김영구 기자
노경은과 이태양 가운데 한 명을 불펜으로 이동 시킬 때 고민은 없었을까. 김원형 감독은 “고민했다. 이태양이 구원투수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은 아니었다. 시작은 (노)경은이가 선발이었고 태양이가 불펜이었다”면서 “그리고 노경은의 부상으로 (이)태양이가 선발로 들어오면서 경기에 많이 나갔었다”며 두 사람의 올 시즌 상황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실력은 누가 낫다는 평가는 분명히 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를 빼냐’가 중요한 것 보단 (이)태양이가 선발로 그동안 경기를 잘해줬고, (노)경은이는 한참 전 얘기지만 마무리 투수를 했던 경험도 있고 공을 던지는 게 불펜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2명 가운데 한 명의 부족함이나 아쉬움을 보고 뺀다는 판단을 내렸다기보다 최근 팀 공헌도와 노경은의 불펜 경험과 경쟁력 등을 두루 고려해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
올 시즌 선발과 구원으로 20경기에 출전해 6승 3패 1홀드 평균자책 3.51의 성적을 올린 이태양의 동기부여도 함께 고려한 결정이었다. 그리고 이런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배경엔 노경은에 대한 김 감독의 인간적인 믿음이 있었다.
노경은과 김 감독은 이미 롯데 자이언츠 시절 투수코치와 선수로 호흡을 맞춘 사이다. 그리고 김 감독은 이 기회에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두 사람 간의 끈끈한 비화를 전했다.
“롯데에서 투수코치를 하면서 처음으로 노경은을 만났었다. 그때 경은이가 조금 부진해서 2군으로 내려가야 했다. 그때 내게 한 얘기가 (기억에 남는다). 퓨처스행을 통보하고 이야기 할 때 보통은 힘들다. 어린 투수면 ‘네 알겠습니다. 또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서로 얼굴 붉히지 않게 된다. 그런데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선수들은 표정에서 ‘내가 또 왜 가야하지’라는 걸 느낄 수 있다. 또 미안해서 말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경은이는 딱 한 마디만 하더라. ‘가서 또 열심히 준비 할 테니까 저 잊지 마세요. (웃으면서) 저 2군에 있는 것만 기억해 주세요.’라고. 너무 고맙더라.”
김원형 SSG 감독은 롯데 투수코치 시절 노경은과 이미 호흡을 맞췄다. 당시 느꼈던 강한 인상과 인간적인 믿음이 이번 불펜행 결정의 배경이기도 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시간이 흘렀지만 그 때의 그 말과 미소를 아직도 기억할 정도로 김 감독에겐 그런 노경은의 태도가 깊은 인상으로 남아 있었다.지금도 그런 태도는 변함이 없다. 김 감독은 “자기 일 열심히 하고 뭐든지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며 노경은의 평소 모습을 설명한 이후 “그런 모습이나 태도 덕분에 그래서 경은이가 지금도 잘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모습이 진심이기에 더 고맙다. 김 감독은 “선수에겐 경기에서 빼는 것과 2군에 가는 게 불이익으로 느껴진다. 나 역시 선수 때는 ‘내가 왜 가’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했었다”며 자신의 과거 선수시절 경험을 돌이켜 본 이후 “그런데 노경은을 보면서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사람의 머릿속에 기억을 남기고 한 번이라도 더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겠구나 싶다”고 했다.
“그건 뭔가 머리를 쓰거나 해서가 아니라 진심에서 나오는 거라고 보인다. 지금도 경은이랑 대화하면 그냥 ‘행복하다’고 ‘공 던지고 있으니까 좋다’고 그런다. 언제든지 자신은 시키는 대로 한다고 얘기를 했었다. 그리고 문승원이나 박종훈이 복귀하기 전에도 ‘그 선수들 올 때까지 확실하게 하겠습니다’라고 표현하더라. 고마운 선수다. 거기에 야구까지 잘 하고 있으니까.” 노경은에게 받았던 강렬한 첫인상으로 시작된 김 감독의 이야기는 현재까지 이어져 끊일줄을 몰랐다.
[고척(서울)=김원익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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