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부상 딛고 PO MVP, 김선형 “안 울 것 같았는데…” [MK잠실]

“정말 안 울 것 같았는데…. 그만큼 지난 3년이 너무 힘들었나 봐요.”
서울 SK는 1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안양 KGC와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86-62로 승리, 4승1패로 창단 첫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그 중심에 선 주인공은 김선형(34)이었다. 생애 첫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된 그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통합우승을 자축했다.
김선형은 5차전에서 30분14초 출전, 20점 7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SK의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총 유효 투표수 95표 중 66표를 획득하며 당당히 플레이오프 MVP가 됐다.
김선형은 우승 후 “정말 펑펑 울었다. 2017-18시즌 우승했을 때는 과정이 극적이어서 눈물을 흘렸다. 이번에는 안 울 것 같았는데…. 경기 종료 10초 전에 (전희철)감독님, 그리고 선수들과 한 번씩 안으니 예전에 고생했던 게 하나씩 머릿속에 떠오르더라. 나도 모르게 눈물을 계속 흘렸다”고 말했다.
그만큼 마음고생이 심했을 터. 김선형은 KGC와의 챔피언결정전 내내 잠을 자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정규리그 때 우리가 KGC에 계속 졌던 이유를 생각하려 했다. 그렇게 고민하는 시간이 절실함을 준 것 같다”며 “챔피언결정전에선 다르게 준비하려 노력했고 1, 2차전에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김선형은 3번의 챔피언결정전을 경험했고 2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첫 우승 때는 MVP를 외국선수 테리코 화이트에게 양보해야 했다. 2번의 양보는 없었다. 최준용을 제치고 당당히 MVP가 됐다. 그러나 김선형은 MVP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김선형은 “플레이오프 MVP는 사실 생각하지 못했다. 통합우승이 최우선 목표였다. 반지가 1개 있는데 2개가 되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우리 팀에 우승 반지가 없는 선수들도 있었다. 무조건 손에 끼게 해주고 싶었고 그 약속을 지키게 돼 기쁘다. 다음에도 기대가 된다. 내 나이 34세이지만 신체 나이는 20대 후반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시즌을 잘 끝낸 만큼 다음을 더 잘 해낼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고 바라봤다.

사실 김선형은 2017-18시즌 초반에 당한 발목 부상으로 과거의 스피드와 탄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2, 3시즌은 실제로 과거의 위력을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2021-22시즌은 달랐다. 김선형은 그 누구보다 빨랐고 정확한 마무리 능력을 과시했다. SK가 통합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을 꼽으라면 속공이며 김선형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김선형은 “지난 3년 동안 정말 힘들었다. 발목 부상 이후 내 몸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은 것 같았다. 스피드와 운동 능력 모두 전보다 떨어졌다. 주변에서도 같은 평가를 했는데 그럴 때마다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며 “3년 동안 칼을 갈았다. 그 시간이 내게 있어 지금의 결실을 남긴 것 같다”고 밝혔다.
부활에 성공한 김선형은 이제 3번째 반지를 노리고 있다. 이미 2개의 반지를 얻은 그는 “우승을 하면 마지막에 남는 건 반지더라. 내 등번호가 5번인데 5개의 반지를 갖고 싶다. 손 하나에 가득 채운다면 큰 의미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웃음 지었다.
한편 2021-22시즌을 끝낸 김선형은 올 여름 자유계약선수(FA)가 된다. 그는 “구단에서 잘 챙겨줄 거라고 믿는다. 물론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SK가 잘해준다면 더 마음이 가는 건 사실”이라며 FA에 대해 언급했다.
[잠실(서울)=민준구 MK스포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