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조추첨이 완료됐다. 대한민국은 개최국 호주를 비롯해 쿠웨이트 오만과 함께 A조에 편성됐다. 지난 26일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2015 아시안컵 본선 조추첨을 마치고 27일 귀국한 홍명보 감독은 어느 정도의 만족감과 함께 경계심을 드러냈다. 전반적인 조편성은 괜찮지만 개최국 호주를 만난 것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톱시드를 받지 못했다. 2번 시드였다. 때문에 강호들과의 만남은 불가피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앙숙 일본을 비롯해 이라크 이란 북한 등 껄끄러운 상대를 피한 것은 나쁘지 않은 결과다. 다만 개최국을 만난다는 것은 달가울 것 없다. 호주가 기본적으로 강한 상대인 것은 물론이고, 어떤 대회든 ‘안방’에서 경기를 펼치는 팀을 만난다는 것은 좋을 것 없다.
하지만 조편성에 대한 왈가왈부는 그리 길게 진행될 이유가 없다. 어차피 대회에 임하는 대한민국의 목표는 우승이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만나는 상대를 다 꺾어야한다. 조별예선 상대를 바라보면서 ‘최상’이나 ‘죽음’이라는 단어가 나올 상황은 아니다.
매번 아시안컵을 앞두고는 ‘이번에야말로’라는 수식어가 등장한다. 이번에야말로 우승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만큼 정상에 오른 일이 과거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초대대회였던 1956년 그리고 1960년 2회 대회를 연속 제패했으나 그 뒤로는 트로피와 인연이 없다. 무려 55년만의 도전이다. 반백년이 넘도록 아시아 대륙의 축구 대회에서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 뜻인데, ‘아시아의 호랑이’라는 표현이 머쓱해지는 기록이다.
기본적으로는 실추된 이미지를 되찾기 위해 반드시 우승컵이 필요한 대회다. 더 이상 “그래도 아시아에서는 아직 한국”이라는 맹목적인 저울질도 끝난 게 사실이다. 실상 브라질월드컵 본선티켓도 어렵사리 따냈다. 전력이 비슷해진 것도 사실이나 더 이상 ‘대한민국’이라는 네 글자에 상대가 주눅이 들지 않고 있다는 것도 현재의 성적에 영향을 주고 있다. 베트남 오만 몰디브 등 과거에는 한 수 이상의 아래로 여겼던 팀들에게도 고전했던 기억이 그리 멀지 않고 일본 이란 등 강호들과는 지속적으로 버거운 싸움을 하고 있다. 부디 2015년 아시안컵에서는 예전 그 호랑이의 위용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승을 해야하는 이유가 비단 자존심 때문만은 아니다. 아시안컵 정상에 오르지 못하면서 한국은 실질적으로 큰 손해를 보고 있다. 컨페더레이션스컵(이하 컨페드컵) 초대권을 받지 못한다는 피해다. 월드컵 1년 전에 열리는 컨페드컵은 대륙별 축구선수권(유럽선수권, 아시안컵, 코파아메리카 등)의 우승팀이 참가하는 일종의 리허설 같은 대회다. 월드컵이라는 지구촌 최대 이벤트를 앞두고 개최국은 대회를 잘 소화해낼 수 있을지, 참가국은 그 무대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가늠해볼 수 있는 무대가 바로 컨페드컵이다.
지난해 브라질에서 열린 컨페드컵의 상금은 총 2000만 달러로 지난 2009년 대회에 비해 14% 정도 인상됐다. 우승팀은 410만 달러, 약 45억원 정도를 받았다. 요컨대 상금도 적잖다. 이 자체로 크지만 컨페드컵의 가장 큰 매력은 월드컵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 좋은 무대에 한국은 딱 1번 출전했다. 컨페드컵은 1992년부터 시작됐으며 지난해까지 9번 열렸다. FIFA 주관 대회로 바뀐 것은 1997년 3회 대회부터다.
한국이 컨페더레이션스컵에 나갈 수 있는 방법은 3가지다. 월드컵을 개최해서 컨페드컵 호스트가 되거나, 월드컵에서 우승해 월드 챔피언 자격으로 초청되거나, 아시안컵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첫 번째 조건 덕분에 2001년 컨페드컵에 참가할 수 있었다. 그때가 지금껏 유일하다. 월드컵 우승은 언감생심이고 번번이 아시안컵 정상에 오르지 못해 소중한 기회를 다른 나라에게 넘겨줬다.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
2001년부터 2003년 그리고 2005년까지 컨페드컵에 참가한 아시아 대표는 모두 일본이었다. 일본은 2000년 아시안컵 우승팀 자격으로 2001년과 2003년 컨페드컵에 참가했고 2004년에도 아시안컵을 거머쥐면서 2005년 독일 대회에 출전했다. 일본은 지난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또 다시 정상에 오르면서 2013 브라질 컨페더레이션스컵에도 출전했다. 2009년 남아공에서 열린 컨페드컵에서는 이라크가 혜택을 받았다.
2013년 컨페드컵 참가국은 브라질 이탈리아 멕시코 스페인 우루과이 나이지리아 타이티 등이었다. 오세아니아의 타이티를 제외하고는 다 강호다. 이런 국가들과 월드컵 1년을 앞두고 실전 같은 모의고사를 치를 수 있다는 것은 큰 메리트다. 비록 일본은 A조 3전 전패로 대회를 마감했다. 하지만, 일본은 브라질 이탈리아 멕시코와 싸워봤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예방주사를 맞은 셈이다.
아시아의 국가가 세계 정상급 국가들과 평가전을 갖는 것은 쉽지 않다. 설령 매치업이 성사된다 해도 상대가 베스트로 나선다는 보장은 없다. 결국 한국이 ‘진짜’ 브라질이나 독일, 스페인이나 아르헨티나 싸울 수 있는 기회는 월드컵 본선 아니면 컨페드컵 정도다. 결국 컨페드컵에 나가야하고 그렇다면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가 꼭 필요하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면 가능한 높은 수준의 무대를 자주 경험해야한다. 이제 한국도 실전 같은 리허설에 나가야한다. 방법은 아시안컵 우승이다. 아시아 정상이라는 상징적 자존심도 자존심이지만, 컨페드컵 출전권을 위해서라도 아시안컵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한다.
[MK스포츠 축구팀장 lastuncle@maekyung.com]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톱시드를 받지 못했다. 2번 시드였다. 때문에 강호들과의 만남은 불가피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앙숙 일본을 비롯해 이라크 이란 북한 등 껄끄러운 상대를 피한 것은 나쁘지 않은 결과다. 다만 개최국을 만난다는 것은 달가울 것 없다. 호주가 기본적으로 강한 상대인 것은 물론이고, 어떤 대회든 ‘안방’에서 경기를 펼치는 팀을 만난다는 것은 좋을 것 없다.
하지만 조편성에 대한 왈가왈부는 그리 길게 진행될 이유가 없다. 어차피 대회에 임하는 대한민국의 목표는 우승이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만나는 상대를 다 꺾어야한다. 조별예선 상대를 바라보면서 ‘최상’이나 ‘죽음’이라는 단어가 나올 상황은 아니다.
매번 아시안컵을 앞두고는 ‘이번에야말로’라는 수식어가 등장한다. 이번에야말로 우승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만큼 정상에 오른 일이 과거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초대대회였던 1956년 그리고 1960년 2회 대회를 연속 제패했으나 그 뒤로는 트로피와 인연이 없다. 무려 55년만의 도전이다. 반백년이 넘도록 아시아 대륙의 축구 대회에서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 뜻인데, ‘아시아의 호랑이’라는 표현이 머쓱해지는 기록이다.
기본적으로는 실추된 이미지를 되찾기 위해 반드시 우승컵이 필요한 대회다. 더 이상 “그래도 아시아에서는 아직 한국”이라는 맹목적인 저울질도 끝난 게 사실이다. 실상 브라질월드컵 본선티켓도 어렵사리 따냈다. 전력이 비슷해진 것도 사실이나 더 이상 ‘대한민국’이라는 네 글자에 상대가 주눅이 들지 않고 있다는 것도 현재의 성적에 영향을 주고 있다. 베트남 오만 몰디브 등 과거에는 한 수 이상의 아래로 여겼던 팀들에게도 고전했던 기억이 그리 멀지 않고 일본 이란 등 강호들과는 지속적으로 버거운 싸움을 하고 있다. 부디 2015년 아시안컵에서는 예전 그 호랑이의 위용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승을 해야하는 이유가 비단 자존심 때문만은 아니다. 아시안컵 정상에 오르지 못하면서 한국은 실질적으로 큰 손해를 보고 있다. 컨페더레이션스컵(이하 컨페드컵) 초대권을 받지 못한다는 피해다. 월드컵 1년 전에 열리는 컨페드컵은 대륙별 축구선수권(유럽선수권, 아시안컵, 코파아메리카 등)의 우승팀이 참가하는 일종의 리허설 같은 대회다. 월드컵이라는 지구촌 최대 이벤트를 앞두고 개최국은 대회를 잘 소화해낼 수 있을지, 참가국은 그 무대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가늠해볼 수 있는 무대가 바로 컨페드컵이다.
지난해 브라질에서 열린 컨페드컵의 상금은 총 2000만 달러로 지난 2009년 대회에 비해 14% 정도 인상됐다. 우승팀은 410만 달러, 약 45억원 정도를 받았다. 요컨대 상금도 적잖다. 이 자체로 크지만 컨페드컵의 가장 큰 매력은 월드컵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 좋은 무대에 한국은 딱 1번 출전했다. 컨페드컵은 1992년부터 시작됐으며 지난해까지 9번 열렸다. FIFA 주관 대회로 바뀐 것은 1997년 3회 대회부터다.
한국이 컨페더레이션스컵에 나갈 수 있는 방법은 3가지다. 월드컵을 개최해서 컨페드컵 호스트가 되거나, 월드컵에서 우승해 월드 챔피언 자격으로 초청되거나, 아시안컵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첫 번째 조건 덕분에 2001년 컨페드컵에 참가할 수 있었다. 그때가 지금껏 유일하다. 월드컵 우승은 언감생심이고 번번이 아시안컵 정상에 오르지 못해 소중한 기회를 다른 나라에게 넘겨줬다.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
2001년부터 2003년 그리고 2005년까지 컨페드컵에 참가한 아시아 대표는 모두 일본이었다. 일본은 2000년 아시안컵 우승팀 자격으로 2001년과 2003년 컨페드컵에 참가했고 2004년에도 아시안컵을 거머쥐면서 2005년 독일 대회에 출전했다. 일본은 지난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또 다시 정상에 오르면서 2013 브라질 컨페더레이션스컵에도 출전했다. 2009년 남아공에서 열린 컨페드컵에서는 이라크가 혜택을 받았다.
2013년 컨페드컵 참가국은 브라질 이탈리아 멕시코 스페인 우루과이 나이지리아 타이티 등이었다. 오세아니아의 타이티를 제외하고는 다 강호다. 이런 국가들과 월드컵 1년을 앞두고 실전 같은 모의고사를 치를 수 있다는 것은 큰 메리트다. 비록 일본은 A조 3전 전패로 대회를 마감했다. 하지만, 일본은 브라질 이탈리아 멕시코와 싸워봤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예방주사를 맞은 셈이다.
아시아의 국가가 세계 정상급 국가들과 평가전을 갖는 것은 쉽지 않다. 설령 매치업이 성사된다 해도 상대가 베스트로 나선다는 보장은 없다. 결국 한국이 ‘진짜’ 브라질이나 독일, 스페인이나 아르헨티나 싸울 수 있는 기회는 월드컵 본선 아니면 컨페드컵 정도다. 결국 컨페드컵에 나가야하고 그렇다면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가 꼭 필요하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면 가능한 높은 수준의 무대를 자주 경험해야한다. 이제 한국도 실전 같은 리허설에 나가야한다. 방법은 아시안컵 우승이다. 아시아 정상이라는 상징적 자존심도 자존심이지만, 컨페드컵 출전권을 위해서라도 아시안컵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한다.
[MK스포츠 축구팀장 lastuncle@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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