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서프라이즈) 안준철 기자] 2000년대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홈런왕은 이승엽(38·삼성)이었다. 국내 프로야구를 평정한 이승엽은 일본으로 건너가 아시아 홈런왕으로 군림했다.
2010년대를 대표하는 홈런왕으로 서서히 자리매김 하는 사내가 있다. 바로 이승엽과 열 살 터울인 박병호(28·넥센)다. 고교시절 4연타석 홈런을 터뜨리며 일찌감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그는 많은 기대 속에 LG에 입단했지만 항상 미완의 대기였다. 하지만 2011년 중반 넥센으로 팀을 옮긴 뒤 잠재력이 터졌다. 2012년 4번타자로 전경기에 출장하며 타율 2할9푼, 31홈런, 105타점을 기록하며 MVP에 뽑혔다. 지난해도 마찬가지. 아니 그는 더 업그레이드됐다. 전경기에 출전해 3할1푼8리, 37홈런, 117타점을 올리며 넥센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1등 공신역할을 했다. MVP도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2년 연속 홈런왕에 MVP까지 이제 박병호는 리그를 대표하는 우타거포로 우뚝 섰다.
그러나 올해 박병호의 순항에는 여러 가지 암초가 등장할 전망이다. 특히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가 늘어 외인타자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3년 연속 MVP와 홈런왕은 무리일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자신을 둘러싼 얘기에 상관없이 박병호는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부터 미국 애리조나 서프라이즈 캔자스시티 볼파크에서 열리고 있는 넥센 스프링캠프에서 말없이 구슬땀만 흘리고 있는 중이다. MK스포츠는 박병호를 만나 지난 시즌을 돌아보고 올 시즌 각오와 포부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반갑다. 컨디션은 어떤가?
“날씨가 좋아 몸 상태는 좋다. 아직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시즌 개막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올해도 구체적인 목표를 밝히지 않았다.
“마음속으로 가지고 있다. 입 밖으로 밝힐 순 없다. 분명한 건 지난해보다 더 발전을 해야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아쉽게 40홈런 문턱을 못 넘었다. 혹시 그것 때문에 더 발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고개를 흔들며)아니다. 구체적인 수치와 관련된 부분은 아니다. 40홈런을 떠나서 더 많은 홈런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 물론 지난해 37홈런을 기록했을 때 기뻤다. 하지만 스스로 발전하려면 37홈런에 만족할 수 없다. 팀을 위해 더 많은 장타를 터뜨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올해부터 외국인 타자가 대거 등장한다. 박병호의 3년 연속 홈런왕과 MVP를 위협할 강력한 경쟁자가 생겼다는 의견이 많다.
“(미소를 지으며)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 있다. 일단 분명히 말해 둘 게 있다. 난 올해 홈런왕이나 MVP를 지킬 생각이 없다. (잠시 생각을 하다가)외국인 타자들도 국내 무대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활약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본다. 나는 그들을 동반자로 본다.”
동반자라?
“우리팀 로티노와도 대화를 통해 타격관을 공유할 수 있으면 공유하고 배울 게 있으면 배우려고 하고 있다. 상대팀 외국인 타자도 마찬가지다. 배울 점이 있으면 배워야 한다. 경쟁을 한다는 마음은 처음부터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냥 하던 데로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과거 인터뷰를 할 때와 대답이 너무 비슷하다. 그 때도 초심을 강조했다. 도대체 박병호에게 초심이란 무엇인가.
“내가 강조하는 바가 초심이다. 마음가짐이 중요한데 그 마음이 바뀌면 될 일도 안 되는 것 같다. 음. 그래서 내 인터뷰가 재미없지 않나? 재미없더라도 이해해달라(웃음).”
그래도 분명 달라진 부분이 있다. 지난해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만 봐도 그렇다. 박병호라는 선수는 9회말 2아웃 이후 극적인 동점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인가.
“뭐,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도 작년, 재작년 그렇게 좋은 성적을 거둘지 몰랐다. 신기한 부분도 있다. 말씀하신 준플레이오프 동점 홈런과 같은 부분이다. 만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내 복인 것 같다. 코칭스태프들께서 많은 조언을 해주셨고, 내 앞 뒤로 쟁쟁한 타자들이 있어 기회가 많았다. 순전히 나만 잘해서 좋은 성적을 올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을야구를 처음 경험했는데 어땠나?
“많은 것을 배웠다. 남들 쉴 때 경기도 해보고(웃음). 우리 팀 선수들의 마인드도 많이 바뀌었다. 특히 1승의 소중함에 대해 많은 부분을 느낀 것 같다. 우리가 가장 아쉬워하는 경기가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였던 대전 한화전이다. 결국 그 전에 ‘1승을 했더라면’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반성도 많이 했고.”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예비명단에 올랐다가 마지막 아쉽게 승선하지 못했다. 올해 인천아시안게임에 큰 이변이 없다면 대표팀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는 내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WBC에 못나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비명단에 들어가면서 국가대표에 대한 꿈은 생겼다. 현 시점에선 국가대표에 나가 어떤 활약을 한다고 얘기하기보다는 올 시즌 성적을 어떻게 잘 낼까 궁리하는게 더 맞는 일 같다.”
국가가 2년 연속 홈런왕을 그냥 놔둘리 없을텐데.
“(미소를 지으며)물론 이번에 뽑히면 성인이 돼서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뽑힌 것이라 영광스러운 일이다. 감회도 새로울 것 같다. 하지만 대표팀에 간다면 꼭 같이 가고 싶은 동료가 있다.”
누구인가?
“김민성이다. 3루수에 쟁쟁한 선수들이 많지만 민성이는 충분히 대표팀에 갈 실력을 갖춘 선수다. 민성이도 농담처럼 나와 함께 대표팀에 가고 싶다고 한다.”
갑오년 새해도 박병호의 트레이드 마크인 누워서 때리는 홈런을 자주 볼 수 있을까.
“그러면 나도 좋은 일이다. 누워서 때려 홈런을 만든다는 건 잘 맞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상대 투수들은 내가 도발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아는 데 팬들 중에는 오해하시는 분들도 있다(웃음). 팬 여러분께서도 내 홈런을 같이 즐겨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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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를 대표하는 홈런왕으로 서서히 자리매김 하는 사내가 있다. 바로 이승엽과 열 살 터울인 박병호(28·넥센)다. 고교시절 4연타석 홈런을 터뜨리며 일찌감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그는 많은 기대 속에 LG에 입단했지만 항상 미완의 대기였다. 하지만 2011년 중반 넥센으로 팀을 옮긴 뒤 잠재력이 터졌다. 2012년 4번타자로 전경기에 출장하며 타율 2할9푼, 31홈런, 105타점을 기록하며 MVP에 뽑혔다. 지난해도 마찬가지. 아니 그는 더 업그레이드됐다. 전경기에 출전해 3할1푼8리, 37홈런, 117타점을 올리며 넥센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1등 공신역할을 했다. MVP도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2년 연속 홈런왕에 MVP까지 이제 박병호는 리그를 대표하는 우타거포로 우뚝 섰다.
그러나 올해 박병호의 순항에는 여러 가지 암초가 등장할 전망이다. 특히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가 늘어 외인타자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3년 연속 MVP와 홈런왕은 무리일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자신을 둘러싼 얘기에 상관없이 박병호는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부터 미국 애리조나 서프라이즈 캔자스시티 볼파크에서 열리고 있는 넥센 스프링캠프에서 말없이 구슬땀만 흘리고 있는 중이다. MK스포츠는 박병호를 만나 지난 시즌을 돌아보고 올 시즌 각오와 포부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반갑다. 컨디션은 어떤가?
“날씨가 좋아 몸 상태는 좋다. 아직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시즌 개막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올해도 구체적인 목표를 밝히지 않았다.
“마음속으로 가지고 있다. 입 밖으로 밝힐 순 없다. 분명한 건 지난해보다 더 발전을 해야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아쉽게 40홈런 문턱을 못 넘었다. 혹시 그것 때문에 더 발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고개를 흔들며)아니다. 구체적인 수치와 관련된 부분은 아니다. 40홈런을 떠나서 더 많은 홈런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 물론 지난해 37홈런을 기록했을 때 기뻤다. 하지만 스스로 발전하려면 37홈런에 만족할 수 없다. 팀을 위해 더 많은 장타를 터뜨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올해부터 외국인 타자가 대거 등장한다. 박병호의 3년 연속 홈런왕과 MVP를 위협할 강력한 경쟁자가 생겼다는 의견이 많다.
“(미소를 지으며)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 있다. 일단 분명히 말해 둘 게 있다. 난 올해 홈런왕이나 MVP를 지킬 생각이 없다. (잠시 생각을 하다가)외국인 타자들도 국내 무대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활약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본다. 나는 그들을 동반자로 본다.”
동반자라?
“우리팀 로티노와도 대화를 통해 타격관을 공유할 수 있으면 공유하고 배울 게 있으면 배우려고 하고 있다. 상대팀 외국인 타자도 마찬가지다. 배울 점이 있으면 배워야 한다. 경쟁을 한다는 마음은 처음부터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냥 하던 데로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과거 인터뷰를 할 때와 대답이 너무 비슷하다. 그 때도 초심을 강조했다. 도대체 박병호에게 초심이란 무엇인가.
“내가 강조하는 바가 초심이다. 마음가짐이 중요한데 그 마음이 바뀌면 될 일도 안 되는 것 같다. 음. 그래서 내 인터뷰가 재미없지 않나? 재미없더라도 이해해달라(웃음).”
그래도 분명 달라진 부분이 있다. 지난해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만 봐도 그렇다. 박병호라는 선수는 9회말 2아웃 이후 극적인 동점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인가.
“뭐,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도 작년, 재작년 그렇게 좋은 성적을 거둘지 몰랐다. 신기한 부분도 있다. 말씀하신 준플레이오프 동점 홈런과 같은 부분이다. 만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내 복인 것 같다. 코칭스태프들께서 많은 조언을 해주셨고, 내 앞 뒤로 쟁쟁한 타자들이 있어 기회가 많았다. 순전히 나만 잘해서 좋은 성적을 올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을야구를 처음 경험했는데 어땠나?
“많은 것을 배웠다. 남들 쉴 때 경기도 해보고(웃음). 우리 팀 선수들의 마인드도 많이 바뀌었다. 특히 1승의 소중함에 대해 많은 부분을 느낀 것 같다. 우리가 가장 아쉬워하는 경기가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였던 대전 한화전이다. 결국 그 전에 ‘1승을 했더라면’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반성도 많이 했고.”
박병호의 트레이드 마크인 누워서 홈런치기. 하지만 박병호는 상대에 도발로 비춰질까 걱정했다. 박병호를 더 빛나게 하는 건 상대에 대한 배려와 겸손이다. 사진=MK스포츠 DB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예비명단에 올랐다가 마지막 아쉽게 승선하지 못했다. 올해 인천아시안게임에 큰 이변이 없다면 대표팀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는 내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WBC에 못나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비명단에 들어가면서 국가대표에 대한 꿈은 생겼다. 현 시점에선 국가대표에 나가 어떤 활약을 한다고 얘기하기보다는 올 시즌 성적을 어떻게 잘 낼까 궁리하는게 더 맞는 일 같다.”
국가가 2년 연속 홈런왕을 그냥 놔둘리 없을텐데.
“(미소를 지으며)물론 이번에 뽑히면 성인이 돼서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뽑힌 것이라 영광스러운 일이다. 감회도 새로울 것 같다. 하지만 대표팀에 간다면 꼭 같이 가고 싶은 동료가 있다.”
누구인가?
“김민성이다. 3루수에 쟁쟁한 선수들이 많지만 민성이는 충분히 대표팀에 갈 실력을 갖춘 선수다. 민성이도 농담처럼 나와 함께 대표팀에 가고 싶다고 한다.”
갑오년 새해도 박병호의 트레이드 마크인 누워서 때리는 홈런을 자주 볼 수 있을까.
“그러면 나도 좋은 일이다. 누워서 때려 홈런을 만든다는 건 잘 맞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상대 투수들은 내가 도발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아는 데 팬들 중에는 오해하시는 분들도 있다(웃음). 팬 여러분께서도 내 홈런을 같이 즐겨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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