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도 헬기 이송 어려워 들것 이용해 무사히 하산
안개로 구조헬기가 못 떠 골절상을 입은 등산객과 밤새 야영한 119대원들의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오늘(1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어제(31일) 오후 5시 17분쯤 용문산 장군봉 인근 해발 850m 지점에서 60대 A씨가 "산행 중 길을 잃어 낙상해 다리에 상처를 입었다"는 내용의 119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즉시 구조에 나선 대원들은 A씨의 위치를 확인하고 오후 6시쯤 등반해 2시간여 만에 인근 절벽 부근에 쓰러진 A씨를 발견했습니다.
당시 A씨는 왼팔이 골절되고 허벅지 등이 찢어져 출혈이 있는 상태였습니다.
대원들은 응급처치 이후 즉시 무전을 통해 헬기 이송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안개가 산 전체를 자욱하게 뒤덮어 헬기 출동이 어려웠습니다.
소방당국은 오후 8시 45분쯤 헬기를 출동시켰지만 안개로 시야 확보가 어려워 결국 30여 분 만에 철수 결정을 내렸습니다.
들것을 이용한 하산도 시도했지만, 2차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결국 대원들은 야영을 결정했습니다. A씨를 절벽 부근에서 안전한 곳으로 옮긴 뒤 핫팩과 모포 등으로 감싸 체온을 유지했습니다. 구조대원 중 양평소방서 119구조대 이동훈 소방위와 김권섭 소방교가 남아 A씨 상태를 살폈습니다.
이어 오늘(1일) 오전 6시쯤 소방당국은 다시 한번 헬기 구조 여부를 타진했지만 하루가 지나도 안개는 여전히 자욱했고, 헬기 이송이 불가하다는 답신이 돌아왔습니다.
이에 대원들은 산악용 들것으로 A씨를 하산시키기로 했습니다. 오전 7시 30분쯤 구급대원 7명을 추가 투입해 야영조와 합류하고 오전 11시 30분쯤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산악용 들것으로 A씨를 하산시키는 119대원들 / 사진=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연합뉴스
등산로를 이용하긴 했지만 몸무게 82㎏의 A씨를 들고 해발 850m 산길을 내려오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대원들은 천천히 이송을 진행해 2차 사고 없이 오후 1시쯤 하산을 마치고 A씨를 무사히 구급차량까지 옮겼습니다.
A씨는 낙상으로 인한 부상 외에 다른 신체적 이상반응을 보이진 않았습니다.
A씨와 함께 야영한 김권섭 소방교는 "당시 현장에서 A씨를 구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써봤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 여의찮아 야영할 수밖에 없었다"며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sugykk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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