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치열한 외교전 끝에 1919년 8월 스위스 루체른 만국사회당대회에서 채택된 한국 독립 결의문 원본이 네덜란드의 한 역사연구소 소장자료에서 확인됐습니다.
당시 독립신문 등의 보도로 국내 학계에도 알려진 내용이기는 하지만 3개 국어로 쓰인 이 결의문의 내용 전체가 담긴 문서가 실물로 확인된 것은 처음입니다.
재불 독립운동사학자 이장규(파리 7대 한국학 박사과정) 씨는 암스테르담에 소재한 국제사회사연구소(IISH/IISG)의 소장자료 중에서 1919년 8월 9일 루체른 국제사회주의대회에서 채택된 한국 독립 결의문을 찾아냈다고 오늘(10일) 밝혔습니다.
'한국민족의 독립에 관한 결의서'라는 제목의 이 문서는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의 3개 언어로 작성됐습니다.
결의문은 "루체른의 국제사회주의대회는 한국인들의 권리의 가혹한 침해에 대해, 그리고 한국인들에게 명백한 민족 자결의 권리가 있음에도 한국에서 자행되고 있는 일본 정부의 압제에 항의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국제사회주의대회는 독립된 자유국가로 인정받고 외세의 모든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기를 바라는 한국의 모든 요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국제연맹에 한국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 결의문은 임시정부가 1차대전 후 전후(戰後) 질서를 논의하는 파리강화회의(파리평화회의)를 전후해 한국의 독립을 인정받기 위해 유럽 무대에서 다방면으로 활동한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료로 평가됩니다.
임시정부 파리위원부(대표 김규식)는 1919년 8월 1∼9일 스위스 루체른에서 열린 국제사회주의대회(The International Socialist Conference)에 조소앙과 이관용을 파견해 한국의 독립을 호소한 끝에 이 같은 결의문 채택을 성공시켰습니다.
당시 독립신문과 신한민보 등 국내 신문들은 25개국이 참석한 이 '만국사회당대회'(萬國社會黨大會)에서 8월 9일 한국이 독립을 승인받았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만국사회당 대회 또는 국제사회주의대회는 제2 인터내셔널(Second International)이 결성된 1889년부터 세계 각 나라의 사회주의 정당이나 조직의 대표들이 모여서 열린 국제회의입니다.
이번에 발견된 선언문을 채택한 루체른 대회는 제2 인터내셔널의 재건 세력이 1919년 8월 1∼9일 스위스 루체른에서 개최한 회의입니다.
당시 참가자들은 승전국들이 패전국에 지나친 희생을 강요한다면서 베르사유 조약의 내용을 비판하고, 파리강화회의에 더 많은 나라가 참여해 각자의 이익을 지킬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또한 각국이 국제연맹에도 더욱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루체른 대회의 한국독립 결의안 채택은 임시정부의 치열한 외교전의 한 성과로 평가됩니다.
임시정부 파리위원부가 이 대회에 대표로 파견한 조소앙과 이관용은 '한국사회당' 명의로 8월 8일 '한국독립 승인요구서'를 제출했고, 한국 독립의 당위성은 특별 결의문 형태로 폐막일인 8월 9일 채택됐습니다.
실물 자료를 IISH에서 처음으로 찾아낸 이장규 씨는 "유럽을 무대로 전개한 한국 독립운동의 한 성과를 확인해주는 자료로, 독립을 위한 임시정부 파리위원부와 김규식 선생의 외교적 노력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IISH는 1935년 설립돼 네덜란드 왕립 과학아카데미에 속한 세계 최대 규모의 노동·사회사 관련 아카이브입니다.
국민대 한국역사학과 장석흥 교수도 "그동안 내용만 파악된 결의문의 3개국어로 작성된 실물자료가 처음으로 확인된 것은 우리 독립운동사 연구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면서 "해외에서의 한국독립운동사 관련 자료의 발굴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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