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양유진 씨(25)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명소로 소개된 카페를 찾았다가 당황스러움을 넘어 낭패감을 느겼다고 토로했다. 카페는 마치 영화속 한 장면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지만, 정작 의자가 불편하고 테이블도 작아 친구들과 대화하는 것도 힘겨웠기 때문. 김씨는 "미니멀리즘 컨셉으로 연출한 인테리어라지만, 기대지도 못하는 통나무 의자와 차만 올려놓아도 꽉 차는 테이블이 불편해서 금방 나왔다"라며 "SNS에 사진을 게시하려고 분위기 좋은 곳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아 카페가 스튜디오처럼 바뀌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요즘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카페들을 중심으로 인테리어에만 치중하느라 카페 본연의 모습이 퇴색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SNS에서 핫플레이스 카페들이 많은 동네로 꼽히는 서울 성수동이나 망원동 카페들의 경우 인테리어가 미니멀리즘을 구현했거나 공사장을 연상케 하는 인더스트리얼(Industrial) 또는 빈티지풍으로 꾸민 곳들이 많다.
물론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고객도 있지만 일부 고객들은 "아무리 인테리어가 중요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카페는 차를 비롯한 음료와 디저트를 먹는 공간이자 친한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는 장소"라며 "'인테리어에만 신경쓰고 정작 서비스와 맛에는 소홀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학생 이유림 씨도 "학교 근처에 SNS 서 이름난 카페가 있다고 해서 갔는데 내부 인테리어를 배경삼아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까 주변에 셔터 소리만 가득했다"라며 "카페가 차를 하면서 대화를 하는 곳인지 사진을 찍는 곳인지 잘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카페 내부 곳곳에 시멘트와 철근이 그대로 노출된 카페의 위생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로 꾸민 카페를 찾았던 현제경 씨(23)는 "주문한 손님이 자리로 이동하다가 발이 걸려 넘어져 거친 벽면에 부딪혔는데 그 때 벽에 있던 시멘트 부스러기가 날렸다"라며 "이런 공간에서 나오는 음식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업주들은 카페 인테리어가 전체 매출에도 영향을 크게 미치고 있기 때문에 공간 투자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주요 고객인 2030세대들이 많이 이용하는 인스타그램에서 카페가 뜨려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 연남동에서 감성 카페를 운영하는 업주는 "카페를 찾는 고객 대부분이 20대 여성인데, 이들이 SNS 게시하는 카페 사진이 다른 손님을 불러오는 촉매제가 된다"라며 "현재 카페 트렌드가 식음료만을 즐기는 것만이 아닌 공간 체험의 장소라서 맛도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인테리어를 결코 소홀하게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정소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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