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 초 서울로 상경한 김모씨(34세, 남)는 몇 년 동안 어렵게 돈을 모아 월세 자치방에서 전셋집으로 갈아타기에 성공했다. 2년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생활하던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졌다. 집주인이 바뀌었으니 방을 빼달라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김씨는 무일푼으로 쫓겨났다. 그와 계약했던 집주인의 행방이 묘연하기 때문이다.
요즘 기준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과거에는 이런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특별법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이다.
소유권은 민법상 물권이다. 이에 비해 임차권(전세권 설정등기하지 않은 전세권 포함)은 채권에 불과했다. 당시 전세와 월세거래는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지불하고 차용증을 받아 두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차용증 역시 채권이다. 우리나라 민법상 물권과 채권이 대립하는 경우 물권이 원칙적으로 우선(물권우선주의)한다. 또한 채권은 배타성이 없으므로 모든 사람들에게 권리보호를 주장할 수 없다. 김씨가 새 집주인에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이유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세입자들이 집을 빌리는데 지불한 임차보증금을 민법상의 특별법으로 보호하는 제도다. 위 사례처럼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이 받기 어려운 권리를 보호해 국민 주거생활의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다.
◆ 주택임대차보호법 적용대상 및 요건
이 법은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목표로 하므로 상대적으로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판례에 따르면 무허가 건물이나 미등기 건물·불법 건축물도 '주택임대차보호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주거용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의 임대차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일부분이 주거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주거용 건물 여부는 공부상의 표시만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실제 사용되고 있는 용도에 따라 판단한다. 따라서 업무용 오피스텔이라도 임차인이 실질적으로 전입신고를 하고 주거를 목적으로 한다면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
다만 비주거용 건물의 일부가 주거목적으로 사용될 때에는 이 법의 보호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있으니 미리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 외국인과 재외국인도 일정요건을 갖추면 국내인처럼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적용 받기 위해서는 몇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우선 전입신고를 해야 하며 점유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만 대항력이 발생한다. 전입신고를 했더라도 점유를 상실하면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적용 받을 수 없다. 하지만 대법원은 가족의 주민등록은 그대로 둔 채 본인의 주민등록만을 일시적으로 옮겼다면 대항력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 대항력 갖출 경우 주인이 바뀌어도 주택 인도 거절 가능
대항력은 이미 유효하게 성립한 법률상 권리관계에서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보다 우선하는 '법률상 권능'을 의미한다. 대항력이 성립되면 타인에게 유효한 권리관계를 주장할 수 있다.
'임대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대항력은 임대주택의 입주자가 제3자에게 임대차계약기간 동안 그 임대주택에서 퇴거 하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권리다. 또한 입주자가 경매 낙찰자나 주택매수인, 새 임차인 등에게 임대보증금 완납시까지 임대주택의 인도를 거절할 수 있다.
점유요건(전입신고+점유)을 갖추고 확정일자까지 받은 세입자는 경매 개시 시 배당요구도 할 수 있다. 이 때 물권과 마찬가지로 후순위 권리에 우선해 배당을 받게 된다. 또한 임대인이 보증금반환을 정당한 이유 없이 지체하면 강제경매를 요구할 수 있다. 임차인은 일단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먼저 제기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이 보증금을 지급하지 못할 경우 강제집행반환소송을 제기한 이후 판결문을 받아 강제경매를 집행할 수도 있다.
[디지털뉴스국 조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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