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자판기 버튼을 누르자 마트 영수증 크기 종이에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 적혀 나왔다. 손으로 종이의 촉감을 느끼며 읽는 나 시인의 '풀꽃'은 스마트폰으로 보던 그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경기도 용인시가 24일 용인경전철 역사 4곳(기흥·동백·운동장송담대역·전대에버랜드역)과 시청 로비에 설치한 무료 '문학자판기'가 화제다.
가로 33cm, 세로 25cm, 높이 1m 크기의 문학자판기는 정면에 있는 2개의 버튼중 하나를 누르면 곧바로 문학작품이 출력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짧은글' 버튼을 누르면 500자 이하 작품이, '긴글' 버튼을 누르면 500자 이상부터 최대 2000자까지의 작품이 출력된다. 자판기 안에는 소설 500건, 시·명언 200건, 수필 300건 등 1000건의 작품을 수록한 메모리칩이 내장돼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사용허가를 받은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 나태주 시인의 '풀꽃',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등 국내·외 유명 작품이 대거 수록됐다. 작품은 자판기가 랜덤 선택해 출력한다.
출력 종이 하단에는 간단한 시정홍보도 가능하다. 지금은 '100만 시민 독서 마라톤 대회'를 홍보하고 있다.
용인시는 시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문학을 쉽게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문학자판기를 도입했다. 용인시는 지난해 7월 도서관사업소를 별도로 만들 정도로 '책의 도시' '인문학의 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이정숙 용인시 도서관사업소 독서진흥팀장은 "문학자판기에서 제공하는 콘텐츠가 스마트폰에서도 쉽게 볼 수 있어 처음에는 시민들이 많이 이용할지 걱정됐지만 출력된 문학작품을 보면서 순간 감동을 느꼈다는 시민들이 많아 지고 있다"면서 "시범운영 결과 반응이 좋으면 다른 곳으로 문학자판기를 확대·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