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나 교도소 등 국가 교정시설에 과밀 수용돼 기본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수용자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가 "일정 규모 이하 면적의 구치소 거실에 수용한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 것으로 위헌"이라고 결정한 뒤 나온 첫 국가 배상 판결이어서 비슷한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부산고법 민사6부(윤강열 부장판사)는 A 씨와 B 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 씨는 2008년 2월∼같은 해 9월 부산구치소에, B 씨는 2008년 6월∼2011년 7월 부산구치소와 교도소에 수용돼 있었는데 두 사람 모두 좁은 거실에서 다른 수용자들과 함께 지내는 바람에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교정시설이 객관적 정당성 없이 적정한 수용 수준을 넘어 좁은 공간에 과밀수용함으로써 원고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넘을 정도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교정시설의 1인 최소 수용 면적을 2㎡로 보고 두 사람이 이에 미달하는 면적에 수용된 기간에 대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개인 수용공간 면적이 2㎡ 이하였던 기간이 186일이었던 A 씨에게는 위자료로 150만원을, 개인 수용공간 면적이 2㎡ 이하였던 기간이 323일이었던 B 씨에게는 300만원을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1인당 수용 거실 면적이 인간으로서의 기본 욕구에 따른 생활조차 어렵게 할 만큼 지나치게 좁을 경우 다른 수용 기준이 아무리 충족된다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국가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넘어 헌법에 보장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인당 최저 면적에 미달하는 좁은 공간에 과밀수용한 경우 수용자들은 인간으로서의 기본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조차 확보되지 못한 거실에서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악화하거나 인격체로서의 기본 활동에 필요한 조건을 박탈당하는 등 극심한 고통을 경험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교정시설 신축에 드는 국가 예산, 교정시설 신축 터 선정 어려움, 미결 수용자의 특수성 등과 같은 사정만으로는 과밀 수용에 따른 기본권 침해가 정당화될 수 없다"며 "국가는 교정시설을 새로 짓는 등 과밀수용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장기 대책을 세우고 교정시설 내 다른 공간을 수용 거실로 리모델링하는 등 수용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책무가 있었지만 시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