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교원 숫자도 외국 명문대에 턱없이 모자랄 뿐더러 중요의사결정에 여교수들이 참여할 틈도 보이지 않습니다."
서울대학교 평의원회가 학내 의사결정 구조에서 성불평등 정도를 조사한 보고서를 작성해 본회의에서 보고 안건으로 제출했다. 보고서 곳곳엔 해외를 비롯해 국내 평균보다도 떨어지는 여성교원 비율을 비롯해 해외 대학과 비교해 이사회 등 의사결정 구조 마다 도사리고 있는 '유리천장'을 꼬집었다.
최근 공대가 교수 임용 승진 포상 등을 결정하는 인사위원회에 여교수 참여를 의무화한데 이어 '학내 성평등 참회록'까지 쓰면서 서울대가 뒤늦게 '금녀(禁女) 울타리' 허물기에 나섰다. 4차 산업혁명시대 새로운 관점을 융합할 필요성과 함께 새정부의 여성의 내각 참여 독려 정책에 코드맞추기에 나선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서울대에 따르면 서울대 공대는 지난 21일 정례교수회의에 참석한 교수 159명(위임자 포함) 만장일치로 공대 교수들의 임용 포상을 결정하는 인사위원회에 여교수 참여를 의무화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서울대 평의원회는 지난해 정책연구과제로 '서울대 의사결정 구조의 성평등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지난달 18일 본회의에서 이를 보고 안건으로 올렸다. 평의원회는 이사회가 위임한 교육과 연구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매일경제가 단독 입수한 이 보고서에는 글로벌 대학들과 경쟁한다는 목표가 무색하게 아직도 '금녀 울타리'에 갇힌 서울대의 현주소가 여실히 드러났다.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은 "여성 교원이 충분한 수준으로 임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의사결정에 여성이 역할을 하는 측면에서도 질적으로 부족하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서울대 여성 교원 수는 315명으로 전체 교원 2109명의 약 14.9%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교원 비율은 전국 국·공립대(14.8%)와 비교했을 때는 비슷한 수준이지만 사립대(24.8%)나 전국 대학 평균 22.1%와 비교했을 땐 낮은 수준이다. 특히 서울대 여학생 비율이 41.8%임을 감안할 때 여학생 비율에 비해 여교수 비율이 현저히 낮다는 지적이다. 특히 서울대 여성교원 신규임용은 2012년 25명에서 2016년 11명으로 2015년(21명)을 제외하고 매년 줄고 있는 추세다.
학내 의사결정에 여성들 참여가 현저히 부족한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 정관과 학칙에 명시된 26개 의사결정기구의 여성교원 평균참여율은 16.8%였다. 연구진은 "이는 중앙행정기관 위원회의 여성참여율 34.1%, 지방행정기관의 여성참여율 30.1%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교육과 연구에 관한 주요 사항을 결정하는 학사위원회에서 여성은 36명중 단 1명에 그쳤고, 미래 연구에 대한 기획을 구상하는 미래연구위원회도 15명 중 1명에 불과했다. 세계 대학들과 어떻게 경쟁할지 '밑그림'을 그리는 주요 보직에 여성은 아예 배제된 셈이다. 논문 표절 의혹을 조사하는 연구진실성위원회에는 여성 참여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내 주요 사안을 결정하고 '헤드쿼터' 역할을 하는 본부 보직 교수의 경우에는 여성 비율이 20명 중 2명(10%)에 그쳐 참여율이 여성교원비율(14.9%)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이마저도 여성교원이 맡은 보직은 주로 부처장, 부원장급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해외 주요대학들의 경우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여성 비율이 훨씬 높다. 하버드대의 경우 본부 보직 교수의 57%(14명 중 8명)으로 오히려 여성 비율이 더 높았다. 서울대의 '금녀의 벽' 깨기 시도는 새 정부의 여성 내각 참여 독려와 함께 '코드맞추기'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창의적인 연구를 위해서는 다양성의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공대를 시작으로 각 단과대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대 부총장을 역임한 한 교수는 "현 정부의 정책과 별개로 4차 산업혁명 시대 해외 대학들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젠더혁신을 시작으로, 인종 배경을 뛰어넘는 다양성 정책을 활발히 펼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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