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한지 50일 만에 살처분된 가금류가 이미 3000만마리를 넘어서는 등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5일 당국에 따르면 올겨울 들어 농가에서 H5N6형 고병원성 AI 최초 의심 신고가 들어온 것은 지난해 11월 16일이다.
2003년 국내에서 AI가 처음 발생한 이후 철새들이 중국 등에서 한반도로 남하하는 겨울철에 2년에 한 번꼴로 AI가 터졌지만 이번엔 AI 바이러스가 일찍 유입됐다.
또 올겨울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된 H5N6형의 경우 과거 유행한 그 어떤 AI 바이러스보다 전염성이 강하고 확산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발생 50일 만에 전국 10개 시도의 37개 시군으로 확산했고 4일 기준 국내 전체 사육 가금류(1억6525만마리)의 18.3%인 3033만마리가 살처분됐다. 매일 60만마리씩 살처분된 것으로 역대 최단 기간 내 최악의 피해를 기록했다.
전례 없는 '축산재앙'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도 작지 않다. 정부가 추산한 살처분 보상금 소요액만 현재까지 2300억을 웃돈다. 여기에 농가 생계안정 자금 등 직접적인 비용을 비롯해 육류·육가공업, 음식업 등 연관 산업에 미치는 간접적인 기회손실 비용까지 모두 합치면 피해규모가 1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AI 도살처분 마릿수가 전체 사육 마릿수의 20%를 차지할 경우 초래되는 직간접적인 손실이 9846억 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최근에 내놨다. 이미 살처분된 가금류가 18%를 넘어 20% 가까이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전망치가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유례없는 최악의 AI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것은 다름 아닌 산란계(알 낳는 닭) 농가들이다.
산란계의 경우 전체 사육규모 대비 32.1%에 해당하는 2245만마리가 살처분됐고 여기에 번식용 닭인 산란 종계의 경우 전체 사육규모의 절반 가까이에 해당하는 41만마리가 살처분됐다.
살처분 여파로 하루 4300만개 정도였던 계란 생산량은 AI 발생 이전보다 30% 가량 줄어든 하루 3000만개 정도다.
공급량 감소는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농식품부가 집계한 지난 2일 기준 계란 한 판(30알)의 산지 가격은 6180원으로 전월보다 98.8% 폭등했다.
소비자 가격은 한판에 8250원으로 전월보다 51.3% 급등했다. 일부 소매점은 계란 한판에 1만원 이상의 가격을 받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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