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 압수수색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김용규 판사는 세월호 추모 침묵시위 관련 수사 중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압수당한 용혜인 씨(26)가 서울중앙지검 검사와 은평경찰서 경찰관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취소하라"며 낸 준항고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25일 밝혔다.
준항고란 수사기관의 부당한 처분에 대해 법원에 이의를 신청하는 것으로, 인용되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
김 판사는 "긴급한 상황이 아닌데도 당사자에게 압수수색 사실을 통보하지 않아 위법하고, 확보된 자료가 내밀한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해 이 압수수색은 취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카카오톡 대화내용이 서버에 5~7일 정도만 보관돼 증거가 사라질 위험이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판사는 "대화내용은 회사 서버에 저장돼 있어 은닉·인멸될 위험이 없고, 검·경은 영장이 발부된 이틀 뒤에야 압수수색에 나서 실제로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용씨는 2014년 5월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침묵행진 '가만히 있으라'를 기획하고 불법 시위를 벌인 혐의(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로 그해 11월 불구속기소됐다. 검찰과 경찰은 수사 명목으로 집회가 열린 5월 18일을 전후로 12~21일 용씨의 카카오톡 대화, 사진, 영상 등을 카카오 법무팀으로부터 넘겨받았다.
용씨는 재판 과정에서야 압수수색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용씨는 "수사기관이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지 않았고 혐의와 관련 없는 사생활 내용까지 모두 압수해 위법하다"며 준항고를 신청했다.
한편 세월호 집회를 주도한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한 용씨의 사건은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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