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하루동안 5명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3명의 4차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메르스 ‘3차 유행’의 긴장감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환자와 감염 후 여러 곳을 돌아다닌 환자들이 속속 나타나 당초 정부 발표와 달리 한동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15일 현재 가장 많은 4차 감염자를 만든 환자는 지난 10일 숨진 76번(75·여) 환자다. 이 환자는 이미 2명의 사설 구급차 요원을 감염시킨데 이어 경유한 것으로만 분류됐던 건국대병원에서도 150번 환자(44·남)를 감염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건국대 병원 첫 메르스 환자다.
‘슈퍼전파자’ 14번 환자(35·남)가 머물던 지난달 27~2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던 76번 환자는 이후 송파구 드림요양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에 체류하다 지난 6일 건국대병원에 입원했었다. 당시 고열 증상을 보이기 직전 150번 환자(44·남)와 접촉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건대병원은 발열 이후 150번 환자를 의심해 중환자실 음압병실로 격리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76번 환자의 보호자인 146번 환자(55·남)가 지난 27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슈퍼전파자’ 14번 환자(35·남)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최대 잠복기(14일)가 지나 18일째인 지난 13일 증상이 나타난 만큼 이 환자가 어머니인 76번 환자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좀 더 면밀하게 증상을 분석해 잠복기를 구해야하는 상황”이라며 “어머니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도 같이 검토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료진 4차 감염자도 발생했다. 148번째 환자(39·여)는 건양대병원에서 감염돼 사망한 36번 환자(82·남)에게 지난 3일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감염됐다. 간호사인 이 환자는 관련 보호 장비를 모두 갖췄으나 심폐소생술을 시행 중 잠깐의 노출이 감염으로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
또다른 경유 병원 한 곳에서도 4차 감염이 발생했다. 123번 환자(65·남)가 내과진료를 받은 서울 송파구 송태의 내과의원이다. 123번 환자가 지난 8일 이 병원에서 내과진료를 받았고 여기에서 노출된 147번 환자(46·여)가 감염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 당국은 지난 13일 이 병원을 경유 병원으로 발표한 바 있다.
앞서 4차 감염 확진자가 나왔지만 아직 감염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경우도 있다. 평택 경찰관인 119번 환자(35·남)는 지난달 31일 밤 평택박애병원 응급실에 내원했고, 52번 환자(여·54)는 평택성모병원 입원후 자가 격리 중 발열 증세로 119번 환자와 같은 시간대에 평택박애병원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병원측은 CCTV를 근거로 “119번 환자는 지난 5월 31일 밤 11시 34분에 평택박애병원을 나갔고, 52번 환자는 17분 뒤인 밤 11시 51분에 들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두 사람의 동선이 겹친 시간과 공간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19번 환자는 KTX를 비롯해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추가 감염자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3차 유행이 무서운 이유는 지난 2차 유행을 되짚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2차 유행은 3명의 감염자가 104명을 감염시킨 것으로 집계된다. 14, 15, 16 번 환자가 각각 75명, 5명, 24명의 환자에게 메르스를 옮긴 것으로 파악된다. 15일에는 1차 유행을 촉발한 평택성모병원을 지난달 15일부터 29일까지 다녀갔다고 자진신고한 사람과 단순접촉자1679명을 전수 조사한 결과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다.
따라서 메르스 유행이 명확한 포물선 곡선을 그리는 것이 입증된 만큼 3차 감염원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더욱 요구된다. 이전에도 슈퍼전파자로부터의 감염 우려가 잠잠해지면서 한숨을 돌릴 때 오히려 격리자 수가 증가했다. 추가 격리자 수는 최근 사흘동안 계속 하루에 1000명 이상씩 늘고 있다.
특히 젊고 건강했던 환자도 상태가 불안정해지고 있어 ‘고령자와 기저질환자가 위험하다’는 기존 메르스 관련 상식이 뒤집어지고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 대책본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사망자 16명 중 14명(87.5%)은 만성호흡기질환, 암, 심뇌혈관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지만 나머지 2명은 별다른 질환이 없는 상태에서 감염돼 사망했다. 여기에 해당하는 81번 환자(61)는 삼성서울병원에 병문안을 갔다 감염돼 지난 9일 확진 판정을 받은 후 격리 치료를 받다가 호흡 곤란과 폐렴이 악화해 숨졌다. 평소 간 기능이 안 좋았던 것 외엔 지병이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51번 환자(72·여)도 고령이란 점 외에는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었다. 따라서 기존 확진자들과 접촉을 했던 사람들을 격리시키고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메르스 사태는 더욱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조시영 기자 /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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