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대전도시철도 시청역 지하 변전실에서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열차가 30분 가까이 정상 운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불은 자동 소방 설비가 작동하면서 3분 만에 꺼졌지만, 사고가 출근 시간대에 발생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대전도시철도공사와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6분께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도시철도 시청역 지하 변전소에서 불이 난 불이 나자 화재 감지기가 울렸고, 이산화탄소 소화 설비가 작동하면서 불은 3분 만에 꺼졌다.
119 소방대가 출동했을 당시 불은 이미 꺼져 있었으나, 화재 현장을 확인하던 소방대원 이모씨(37)가 이산화탄소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다.이씨는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지하철역에서 불이 나고 소방대원이 질식하는 상황에도 열차가 한동안 정상 운행해 초동 대처가 미흡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사 측이 시청역을 통과하는 열차에 대해 처음 무정차 통과를 지시한 것은 오전 8시 32분께로, 화재 발생 후 26분 동안 상·하행선 8대의 열차가 시청역에서 시민을 싣고 내렸기 때문이다.
불은 꺼졌지만 이산화탄소가 새어 나오는데다 화재가 확산할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에서 많은 시민이 무방비로 노출돼 있던 셈이다. 시청역에서 내린 시민은 매캐한 냄새와 바쁘게 움직이는 소방대원들을 보고서야 불이 났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대전도시철도공사 측은 위기 상황 매뉴얼에 따랐다고 해명했다.공사 측이 밝힌 위기 상황 매뉴얼에 따르면 화재가 감지되면 관제실에서 열차 정지를 명령하고, 이후 역무원이 현장을 확인한 뒤 이상 유무에 따라 무정차 통과시키거나 정상 운행하게 돼 있다.
공사 관계자는 "화재 경보가 울린다고 해서 무조건 열차를 정지시킬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화재 경보의 오작동 여부를 비롯해 정확한 화재 상황을 파악하느라 20여분의 시간이 소요됐고, 그 뒤 무정차 통과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화재 직후 시청역 대합실에 있는 시민에게 화재 발생을 알리는 안내 방송을 했고, 소방관 및 경찰관과 함께 공사 관계자들이 승객을 안전하게 안내했다”고 덧붙였다.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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