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수입차량 등 1200여대의 대포차량(명의이전이 안된 중고자동차)을 전국에 유통시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판매업자 중엔 강원도 카지노에서 도박으로 돈을 탕진한 사람들의 차량을 저당잡았다 대포차로 유통한 전당사가 포함됐고 이들 업자에게 자동차등록증 등 서류를 불법으로 발행해 준 차량등록사업소 공무원도 있었다.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일 중고차 매매법인을 이용해 전국에 고급 외제차 등을 대포차로 유통한 혐의(자동차관리법 위반 등)로 김모씨(41)등 2명을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또 오모씨(37) 등 1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이들이 유통한 대포차를 구입해 타고 다닌 박모씨(32) 등 418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 등은 고급 외제차 등을 헐값에 사들인 다음 중고차 매매법인 명의로 돌려 중고차 판매용으로 둔갑시키고서 이 차량을 대포차로 판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7년 10월부터 서울과 경기, 강원 홍천, 충북 충주 등에 자동차매매상사를 설립한 뒤 고액체납차량소유자들로부터 건당 20만원을 받고 해당차량명의를 자신의 매매상사로 변경해 준 혐의다. 매매상사에 중고차 판매용으로 등록된 차량은 사업장 외부 운행이 법적으로 금지됐지만, 대포차 판매상들은 명의이전 절차 없이 차량을 팔아넘기고서 매매상사를 폐업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들이 유통한 대포차는 세금이나 과태료 등이 잡혀 있지만 명의가 이미 폐업된 자동차매매상으로 돼 있어 당국이 세금을 징수할 수가 없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또 강원도 정선 카지노 주변에 전당포를 차려놓고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한 사람들에게 자동차를 담보로 돈을 빌려줘 돈을 값지 못하면 이들의 차량 73대를 대포차량으로 만들어 팔아넘기는 수법을 사용한 일당도 경찰에 적발됐다.
박씨 등 운전자들은 소유권 이전 등록없이 김씨 등에게 대포차를 산 혐의다. 박씨 등은 차량을 헐값에 사서 세금.과태료 등을 내지 않으려고 이같은 일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에 입건된 대포차 운행자 418명이 체납한 세금.과태료는 총 16억원 상당이고, 381회에 걸쳐 2800만원 상당을 내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밖에 자동차등록증 등 서류를 차량대행업자에게 불법으로 발행해 준 경기지역 차량등록사업소 공무원 임모씨(58) 등 2명은 개인정보보호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각각의 수법으로 전국 각지에 유통된 대포차량은 모두 1200대로 이중 절반이 벤틀리 등 외제차량이었고 나머지는 국산고급차량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연수 광역수사대장은 "대포차는 소유자와 실제 운행자가 달라 강력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크고 세금 체납에 따른 국고 손실도 발생하고 있다"며 "실제 김해여고생살해사건 피의자들이 지난 4월 대전 유성에서 저지른 조건만남 위장 강도살인사건 당시 대포차량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까지 대포차 단속은 유통사범 위주로 이뤄져 왔었으나 취득사범에 대한 단속도 광범위하게 실시했다"며 "관계기관과 유기적인 협조로 대포차량 유통사범뿐 아니라 운행자를 지속적으로 단속해 체납한 세금.과태료를 환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조한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