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전기가 경찰의 '호남고속철 관련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일진전기는 지난 28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발표한 호남고속철도 조가선 제품 입찰방해 및 사기 혐의에 대한 수사결과에 대해 입찰방해 부분에 대해서는 "회사 내부 조사 결과 사실임이 확인돼 수사결과에 대해 혐의를 인정한다"며 "이번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국민 여러분과 관련 당국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고 29일 밝혔다.
그러나 경찰 수사결과 발표 중 "조가선 공급과정에서의 사기 혐의에 강력하게 부인한다"며 향후 법적 절차를 거쳐 소명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진전기는 특히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해 요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경찰은 일진전기가 중국산 조가선 완제품을 수입한 후 당사가 직접 제조한 것처럼 속여서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납품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계약상 사실관계를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진전기가 철도시설관리공단과 체결한 납품계약에는 '국내 제조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납품계약의 대상인 구리-마그네슘(CuMg) 조가선 제품의 원재료(Rod)는 국내에서 제조가 불가능해 외국에서 제조한 제품을 수입하여 공급할 수밖에 없다.
만약 경찰이나 철도시설관리공단의 주장대로 조가선 제품을 직접 국내에서 제조하여 납품해야 한다는 조건을 입찰공고에 분명하게 표시했다면 당사를 포함한 다른 모든 국내 전선 제조업체들은 애초에 입찰에 참여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회사측은 주장했다.
납품계약에 따르면 일진전기는 공단이 제시한 물품구매사양서를 충족하는 품질의 조가선 제품을 조달하여 엄격한 품질검수 과정을 거쳐 납품하고, 일정기간 하자보증의무를 부담하고 있을 뿐이다.
일진전기는 따라서 이 같은 계약상 의무를 충족하기 위해 중국의 CRCC(China Railway Construction Corporation)를 당사의 OEM 업체로 발굴해 공단이 규정한 규격의 조가선 제품을 개발한 뒤 국가공인인증기관인 한국전기연구원(KERI)에서 품질인증을 획득했다. 또 매번 납품 때마다 철저한 자체 품질검사와 공단의 입회검사를 완료했으며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과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에서도 품질검사를 진행하고 이들 기관의 공인성적서를 발급 받아서 제출했다.
회사측은 또한 경찰이 자사가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조가선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시험 성적서를 변조했다고 주장한데 대해서도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강조했다.
국가공인시험기관의 모든 시험절차에 따라 규정대로 진행했고 이에 따른 시험 성적서를 발급 받았다는 것이다.
특히, KTC의 기계성능시험일체 13건,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의 재료성분시험 19건, KCL의 재료성분시험 34건 등 모든 시험절차를 거쳐 시험성적서를 받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55억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산출방식 자체가 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계약단가에서 수입단가를 뺀 차액에 수량을 곱하는 단순계산으로 부당이득금액을 산출했지만 실제로는 통관, 운송, 검수, 시험, 포장, 보험료, 인건비 등 최종 납품 시까지 당사가 부담하는 제비용이 모두 빠져 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경찰 측 계산대로라면 수입단가 그대로 납품원가가 된다는 것인데 이는 어불성설"이라며 "따라서 부당이득에 대한 경찰 측의 산출방식 자체가 크게 잘못되었으며 금액에도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이 추진하고 있는 호남고속철도 사업의 성공적인 완공을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우수한 품질의 조가선 제품을 조달하여 납품해 왔으며, 향후에도 더욱 철저하게 제작 및 검수 과정을 관리 감독해 품질과 안전에 전혀 문제가 없는 제품을 공단에 납품할 것을 약속한다"고 자신했다.
한편, 중국의 고속철도용 조가선 전문 제조업체 CRCC는 최근 자사의 조가선 제품이 한국 언론에서 품질 및 저가 논란에 휩싸이는 상황과 관련 "한국의 일부 언론과 정부가 중국산 고속철 기술과 제품을 폄하하고 있는 데 대해 심심한 유감과 항의를 표한다"며 "한국 정부와 언론에 반박과 항의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한을 주한 중국대사관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매경닷컴 이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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