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업재수생 이지은(26)씨는 다가오는 설에 고향에 가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 취업에서 줄줄이 낙방했기 때문이다. 주위에서는 그래도 부모님은 보고 와야 하지 않겠냐고들 하지만 지은 씨는 이미 서울에 있기로 결심을 굳혔다. 친척 어른들이 아직도 취업 못했냐고 혀를 찰 생각을 하면 가기 전부터 마음이 무거워진다는 지은 씨 생각이다. 지은 씨는 "취업 스트레스도 심각한데 친척 어른들이 무신경하게 내뱉는 말까지 듣고 싶지 않다"며 "도서관에서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영어 공부나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직자들이 설날에 가장 듣기 싫은 말은 취업 여부에 대한 질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사람인이 구직자 475명을 대상으로 '설날에 가장 듣기 싫은 말'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22.7%가 '아직도 그대로야? 취업 못했어?'라고 답했다.
근소한 차이로 '앞으로 뭐 할거니? 계획은 있니?'(20.8%)가 2위에 올라 취업을 비롯한 향후 상태에 대한 질문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지는 답변도 내용에 큰 차이가 없었다.
'언제 결혼할래?'(11.2%), '너 올해 몇 살이지?'(7.8%), '누구는 대기업 갔다던데, 들었니?'(5.1%), '취업 못해도 몸 관리라도 해'(4.8%), '눈을 낮춰서 아무 곳에나 들어가'(4.4%), '너희 부모님 늙으셨다, 정신 차려라'(3%), '취업이 효도다, 빨리 효도해'(2.7%), '마음이 편한가 보다, 얼굴 좋아졌네'(2.3%) 등이 있었다.
반면 직장인 980명을 대상으로 설날에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을 조사한 결과 1위는 응답자의 34.6%가 선택한 '만나는 사람 없어? 결혼은 언제 해?'로 드러나 구직자와 큰 차이를 보였다.
한편 이런 말을 들었을 때 대응 방법으로는 구직자와 직장인 모두 '그냥 웃어 넘긴다'(각각 46.1%, 60.3%)를 첫 번째로 꼽았다.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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