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열린 판문점선언 1주년 기념 메시지에서 '숨고르기'를 언급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전날 행사에 불참한 채 영상 메시지를 보내 "새로운 길이기에, 함께 가야 하기에 때로는 천천히 오는 분들을 기다려야 한다"며 "때로는 만나게 되는 난관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함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4차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비롯,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교착상태를 풀기 위한 한국 정부의 움직임 역시 당분간 속도조절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시점"이라며 남북 정상회담의 조기 추진 의지를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맞이한 판문점선언 1주년은 남북대화 진전의 중요한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감도 여권 내에서는 흘러나왔습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판문점선언 1주년 메시지는 이런 기류와는 다소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는 북미 간 비핵화 논의가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북한 측이 이날 1주년 기념행사에도 참석하지 않는 등 남북대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점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판문점선언 1주년이 지나간 만큼, 무리하게 서두르기보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인 셈입니다.
여기에 한국 정부로서도 이제는 한층 차분하게 상황을 점검하는 등 '정교한 중재역'을 준비할 시점이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북러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을 들어 6자회담 카드를 거론하고, 중러 간 비핵화 공조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강해지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 등을 포함해 외교·안보 정세를 총체적으로 차분하게 생각해봐야 한다"며 "너무 앞서나갈 때는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4차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총력을 다한다는 문 대통령의 기본 기조 자체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속도조절'을 한다고 해도 이는 단기 전략에 국한된 것일 뿐, 너무 오래 손놓고 기다리지는 않으리라는 것입니다.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숨고르기를 하더라도 최종적인 목적은 결국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제 궤도에 올리려는 것 아니겠나"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북미 간 대립상태가 장기화할 경우 북한의 도발이 재개되는 등 한반도 평화 논의가 후퇴할 우려도 있는 만큼 너무 오래 시간을 끌 수는 없다"며 "결국 남북 정상회담 성사로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에서 "큰 강은 구불구불 흐르지만 끝내 바다에 이른다"며 남북대화 의지는 변함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특히 문 대통령으로서는 다음 한미 정상회담 전에 남북 정상 간 만남을 모색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또는 남북접촉을 통해 한국이 파악하는 북한의 입장을 가능한 한 조속히 알려달라"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외교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월 25∼28일 일본을 국빈방문하고 6월에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 참석 차 방일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한국 정부가 이 시기에 맞춰 남북-한미 정상회담을 연달아 추진할지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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