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7일 발사한 로켓인 광명성 4호의 탑재체가 궤도에 진입해 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미국 언론들은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 광명성 4호 위성이 궤도에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어 정상 작동 여부는 며칠 더 지나야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9일 브리핑을 통해 “북미우주항공방위사령부(NORAD)의 공개자료를 분석한 결과 탑재체가 임무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2개의 우주물체, 즉 탑재체와 3단 추진체가 궤도를 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광명성 4호는 단반경 470km, 장방경 509km로 위성궤도를 돌고 있다. 광명성 4호가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위성 주기)은 94분 1초로 북한 발표(94분 24초)와 유사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반도는 하루에 4번 통과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국방부 관계자는“신호와 관련돼 아직 확인된 바 없으며, 지금은 궤도에 있다는 것만 판단하고 있다”며 “‘위성’의 정상작동 여부와 기능에 대해서는 3~4일 만에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광명성 4호에는 위성 궤도 유지에 필요한)추력기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 내부에서는 광명성 4호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더 우세하다. 미국 CBS·CNN방송은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이 쏘아 올린 위성이 궤도에서 공중제비를 돌고 있고 불안정한 상태여서 어떤 유용한 기능도 못하는 상태”라고 보도했다. CBS방송은 “(북한이 발사한) 새로운 위성으로부터 어떤 신호도 아직 감지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명성 4호는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의 위성 목록에 ‘41332’로 등재됐다. 북한이 쏘아 올린 비행체가 지구 밖 궤도 진입에 성공한 것은 2012년에 이어 두 번째다.
북한은 2012년 12월 위성 ‘광명성 3호’를 실은 운반 로켓 ‘은하 3호’ 발사에 성공해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켰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쏘아올린 위성이 궤도를 정상적으로 돌더라도 위성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지는 별개의 문제다.
광명성 3호를 쏘아올린 지난 2012년 당시 북한은 “위성에서 내보내는 ‘김일성 장군의 노래’, ‘김정일 장군의 노래’ 선율이 우주에 울려퍼졌다”고 선전했다. 광명성 3호와의 교신에 성공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해 위성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지난해 9월 북한이 서방 기자로는 처음으로 CNN 기자를 초청해 위성관제종합지휘소를 공개했을 때 “위성과의 통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번 광명성 4호가 위성으로서의 기능을 하는지는 교신 신호 등이 관측되어야 최종 판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북한이 발사체에서 이룬 기술적 진보만큼 위성 기술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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