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이 한국 영화의 새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하루 관객 신기록 뿐 아니라 최단 기간 200만, 300만 돌파를 기록하며 파죽지세의 흥행을 달리고 있습니다.
2014년을 살아가는 우리가 400년 전인 1597년에 천착하는 이유는 뭘까요?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익히 잘 아는, 그래서 어쩌면 진부하게 다가올 수 있는 이순신 장군을 또 다시 그린 영화가 감동을 주는 이유는 뭘까요?
어떤 이는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국민을 실망시킨 정부와 지도력의 부재를 이순신 장군에서 대리 보상받고자 한다고도 합니다.
국가와 국민보다는 자신의 이익이 앞선 '관피아'가 아니라, 자신을 먼저 희생하고 백성을 보호한 이순신 리더십을 갈망한다는 겁니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것'이라는 이순신 장군의 말이 강한 울림을 주고 있다는 겁니다.
▶ 인터뷰 : 최민식 / 영화 '명랑' 이순식 역
- "신념을 관철해나가는 과정, 이것은 우리가 다 같이 공유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순신 열풍이 부는 것은 그만큼 대한민국이 불신에 빠져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야권은 특히 이순신 리더십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야권은 불신의 늪에 빠져 백약이 무효일 정도로 국민으로부터 외면받고 있습니다.
탈출구도 보이지 않고, 이순신 같은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도 보이지 않습니다.
1597년 조선에는 12척의 배 밖에 없었지만, 이순신이라는 걸출한 지도자가 있었습니다.
2007대선부터 야권은 4번 연속 선거에서 패했지만, 이 난파 위기의 배를 이끌 선장이 보이질 않습니다.
한때 야권을 구할 것이라 믿었던 안철수 전 대표는 배를 더 위험한 곳으로 몰았고, 결국 선장에서 물러나야 했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7월)
- "저와 인연이 있는 사람이 최적의 후보일 때는 '자기 사람 챙기기'라고 하고, 저와 인연이 있는 사람이 공천되지 않으면 '자기 사람도 못 챙긴다'고 합니다. 그런 잣대로 비판한다면 하나님인들 비판받지 않을 방법이 없을 것 입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최근 측근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홀가분하게 다시 시작하겠다. 다시 시작하면 더 치열하게 정치 하겠다"
다 좋습니다만, 홀가분하다는 말은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야권을 이토록 위기로 몰아넣은 그 책임에 준하여 한없이 죄송하다는 말을 해야 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누명을 쓰고 백의종군하며 삼도수군통제사라는 자리를 내놓았을 때 '홀가분하다'는 말을 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억울하다는 말을 했다는 얘기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백성을 걱정했고, 두고 온 부하들을 걱정했습니다.
그런 마음이었기에 왕이 자신을 버릴 줄 알면서도 기꺼이 12척의 배를 갖고 다시 왜군에 맞서러 갈 수 있었습니다.
아쉽습니다.
물론 안철수 전 대표를 두둔하는 말도 있습니다.
▶ 인터뷰 : 안희정 / 충남지사(어제)
- "안철수 대표는 특히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가지고 오셨지만, 많은 기대를 걸었던 시민 여러분 비난하시지 말고 격려해달라. 남을 비난하기보다 자꾸 격려하고 칭찬하고 과거 탓하기 보다 자기의 소신 가지고 미래 이야기하는 게 그게 국민들에게 칭찬받는 일일거라 생각한다."
박지원 의원 역시 안철수 대표의 방패막이를 자처했습니다.
"안 전 대표는 아직도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고 미래가 있다."
"이제 안철수 때리기도 그 정도에서 끝내고 시간을 주자고 제안한다"
안철수 전 대표가 야권의 소중한 자산임은 분명합니다.
버리면 도로 민주당이 될 것이라는 것도 맞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안 전 대표가 위기의 야권을 구할 '이순신 리더십'을 갖췄다고 보기는 무리인 듯합니다.
그럼 누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현직 광역단체장인 박원순 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를 제외한다면, 대안은 문재인 의원으로 좁혀집니다.
하지만 문재인 의원은 지난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데다, '친노'라는 계파적 색채가 강해 안철수로 대표되는 중도세력이나 비노 진영까지 아우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대선은 3년 6개월이나 남았는데 미리 전면에 나서 상처를 입을 필요는 없다는 내부 고민이 있을 법도 합니다.
어쨌든, 지금은 그 누구도 선뜻 나서기 어려운 형국입니다.
이 대목에서 안희정 지사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립니다.
▶ 인터뷰 : 안희정 / 충남지사(어제)
- "제왕적리더십으로부터 정당을 이끌어내야 한다. 우리는 모두가 김대중이 되길 원했고, 김대중 총재가 나오길 바라고 있지만 그 시대는 돌아오지 않는다."
더 이상 이순신을 찾아서는 안된다는 뜻입니다.
이순신 리더십을 갖춘 인물을 찾기도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절대적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를 찾을 게 아니라, 수평적인 의사참여가 발현되는 정당 구조,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는 실용적인 행보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누가 맡든, 또 내년 전당대회에서 대표를 새로 뽑는다고 해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살아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뭔가 혁명적인 전환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금 야권은 12척의 배로 330척을 상대해야 하는, 명량해전을 앞둔 조선 수군보다 더 큰 패배주의와 두려움에 빠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 승리할 수 있다는 이순신 장군의 말은 지금 야권에게 더 없이 필요한 말입니다.
김형오의 시사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하루 관객 신기록 뿐 아니라 최단 기간 200만, 300만 돌파를 기록하며 파죽지세의 흥행을 달리고 있습니다.
2014년을 살아가는 우리가 400년 전인 1597년에 천착하는 이유는 뭘까요?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익히 잘 아는, 그래서 어쩌면 진부하게 다가올 수 있는 이순신 장군을 또 다시 그린 영화가 감동을 주는 이유는 뭘까요?
어떤 이는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국민을 실망시킨 정부와 지도력의 부재를 이순신 장군에서 대리 보상받고자 한다고도 합니다.
국가와 국민보다는 자신의 이익이 앞선 '관피아'가 아니라, 자신을 먼저 희생하고 백성을 보호한 이순신 리더십을 갈망한다는 겁니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것'이라는 이순신 장군의 말이 강한 울림을 주고 있다는 겁니다.
▶ 인터뷰 : 최민식 / 영화 '명랑' 이순식 역
- "신념을 관철해나가는 과정, 이것은 우리가 다 같이 공유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순신 열풍이 부는 것은 그만큼 대한민국이 불신에 빠져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야권은 특히 이순신 리더십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야권은 불신의 늪에 빠져 백약이 무효일 정도로 국민으로부터 외면받고 있습니다.
탈출구도 보이지 않고, 이순신 같은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도 보이지 않습니다.
1597년 조선에는 12척의 배 밖에 없었지만, 이순신이라는 걸출한 지도자가 있었습니다.
2007대선부터 야권은 4번 연속 선거에서 패했지만, 이 난파 위기의 배를 이끌 선장이 보이질 않습니다.
한때 야권을 구할 것이라 믿었던 안철수 전 대표는 배를 더 위험한 곳으로 몰았고, 결국 선장에서 물러나야 했습니다.
▶ 인터뷰 : 안철수 /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7월)
- "저와 인연이 있는 사람이 최적의 후보일 때는 '자기 사람 챙기기'라고 하고, 저와 인연이 있는 사람이 공천되지 않으면 '자기 사람도 못 챙긴다'고 합니다. 그런 잣대로 비판한다면 하나님인들 비판받지 않을 방법이 없을 것 입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최근 측근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홀가분하게 다시 시작하겠다. 다시 시작하면 더 치열하게 정치 하겠다"
다 좋습니다만, 홀가분하다는 말은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야권을 이토록 위기로 몰아넣은 그 책임에 준하여 한없이 죄송하다는 말을 해야 했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누명을 쓰고 백의종군하며 삼도수군통제사라는 자리를 내놓았을 때 '홀가분하다'는 말을 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억울하다는 말을 했다는 얘기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백성을 걱정했고, 두고 온 부하들을 걱정했습니다.
그런 마음이었기에 왕이 자신을 버릴 줄 알면서도 기꺼이 12척의 배를 갖고 다시 왜군에 맞서러 갈 수 있었습니다.
아쉽습니다.
물론 안철수 전 대표를 두둔하는 말도 있습니다.
▶ 인터뷰 : 안희정 / 충남지사(어제)
- "안철수 대표는 특히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가지고 오셨지만, 많은 기대를 걸었던 시민 여러분 비난하시지 말고 격려해달라. 남을 비난하기보다 자꾸 격려하고 칭찬하고 과거 탓하기 보다 자기의 소신 가지고 미래 이야기하는 게 그게 국민들에게 칭찬받는 일일거라 생각한다."
박지원 의원 역시 안철수 대표의 방패막이를 자처했습니다.
"안 전 대표는 아직도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고 미래가 있다."
"이제 안철수 때리기도 그 정도에서 끝내고 시간을 주자고 제안한다"
안철수 전 대표가 야권의 소중한 자산임은 분명합니다.
버리면 도로 민주당이 될 것이라는 것도 맞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안 전 대표가 위기의 야권을 구할 '이순신 리더십'을 갖췄다고 보기는 무리인 듯합니다.
그럼 누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현직 광역단체장인 박원순 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를 제외한다면, 대안은 문재인 의원으로 좁혀집니다.
하지만 문재인 의원은 지난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데다, '친노'라는 계파적 색채가 강해 안철수로 대표되는 중도세력이나 비노 진영까지 아우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대선은 3년 6개월이나 남았는데 미리 전면에 나서 상처를 입을 필요는 없다는 내부 고민이 있을 법도 합니다.
어쨌든, 지금은 그 누구도 선뜻 나서기 어려운 형국입니다.
이 대목에서 안희정 지사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립니다.
▶ 인터뷰 : 안희정 / 충남지사(어제)
- "제왕적리더십으로부터 정당을 이끌어내야 한다. 우리는 모두가 김대중이 되길 원했고, 김대중 총재가 나오길 바라고 있지만 그 시대는 돌아오지 않는다."
더 이상 이순신을 찾아서는 안된다는 뜻입니다.
이순신 리더십을 갖춘 인물을 찾기도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절대적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를 찾을 게 아니라, 수평적인 의사참여가 발현되는 정당 구조,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는 실용적인 행보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누가 맡든, 또 내년 전당대회에서 대표를 새로 뽑는다고 해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살아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뭔가 혁명적인 전환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금 야권은 12척의 배로 330척을 상대해야 하는, 명량해전을 앞둔 조선 수군보다 더 큰 패배주의와 두려움에 빠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 승리할 수 있다는 이순신 장군의 말은 지금 야권에게 더 없이 필요한 말입니다.
김형오의 시사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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