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어려울 것이라는 오페라 영화에 대한 대중의 편견을 깨부쉈고, 배우와 감독의 노력이 실화가 갖는 ‘벅찬 감동’을 배가 시켰다.
[MBN스타 여수정 기자] 실화만이 가질 수 있는 ‘감동’을 완벽하게 스크린에 담아낸 것도 모자라, 최고의 자리에서 위기로 인해 최악을 맛본 성악가 배재철의 이야기가 관객들을 울리고 또 울린다.
영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이하 ‘더 테너’)는 성악가 배재철의 실화를 소재로 삼았다. 서정적인 표현을 뜻하는 리리코와 관객을 압도하는 음색을 뜻하는 스핀토 두 가지 능력을 모두 가진 배재철. 테너에게 있어 리리코와 스핀토라는 표현은 최고를 뜻한다.
테너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큰 찬사를 얻은 배재철은 말 그대로 최고다. 아시아 오페라 역사상 100년에 한번 나올 목소리라는 극찬을 얻은 그는 2005년 갑상선 암으로 목소리, 무대에 설 자격을 모두 잃는다.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한 두 가지를 잃은 그는 절망의 늪에 빠진다.
그러나 배재철의 팬이자 음악 프로듀서 와지마 토타로의 권유로 성대 복원 수술을 받고 조금씩 회복한다. 오랜 노력 끝에 배재철은 전성기 때의 목소리는 아니지만, 다시 자신의 음색을 내게 됐고 전보다 더욱 깊어진 목소리라는 평가로 제2의 전성기를 펼치게 된다.
말로만 들어도 감동이 벅차오르는 배재철의 실화에 배우 유지태와 차예련의 노력, 김상만 감독의 연출력, 화려한 영상미, 아름다운 노래가 더해져 아름답다. 이미 다큐멘터리를 통해 소개된 바 있는 내용이라 내용은 단연 흠잡을 데 없다. 거기에 희망을 잃지 않는 노력의 연속과 우정까지도 담겨 더욱 풍성하다.
최고에서 최악을 맛본 배재철을 연기한 유지태 역시 빛난다. 돌고 돌아 이제야 제 옷을 입은 듯한 차예련의 연기도 자연스럽다. 특히 실존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아 두 배우가 느낄 연기 부담감은 엄청났을 것이다. 때문에 유지태는 1년 동안 하루 4시간씩 전문 테너에게 훈련을 받았고, 7곡의 오페라 곡을 이태리어로 외우며 전성기 배재철을 뼛속까지 담으려했다.
그 결과, 유지태는 배재철 노래에 맞춰 자연스러운 립싱크를 선보이게 됐다. 그것도 모자라, 호흡과 자세, 표정, 연기력까지 ‘배재철 아바타’같다.
스스로 음악 오타쿠라고 칭찬 김상만 감독은 오직 음악만으로 배재철의 전성기, 위기, 절망, 회복을 표현해냈다. 덕분에 어려울 것이라는 오페라 영화를 향한 대중의 편견을 깨부쉈고, 대중성 짙은 오페라 영화의 탄생을 널리 알렸다.
오페라 영화이기에 음악이 단연 최고의 관심을 받겠지만, 절망을 딛고 일어선 배재철의 실화에 좀 더 중점을 맞춰 인간미를 더했다. 그의 오랜 팬이자 비즈니스 파트너 와지마 토타로와의 뜨거운 우정도 강조해 감동의 깊이를 진하게 만들었다.
실제 오페라 무대의 아름다움을 스크린에 담아내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도 영화 곳곳에 담겨있다. 우선 ‘더 테너’ 시작부터 웅장하고 화려한 오페라 무대가 등장해 시선을 압도한다. 첫 시작이 화려했기에 갑상선 암을 얻고 잠시 나약해지는 배재철을 감각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즉, 무대와 노래만으로도 행복, 위기, 회복의 단계를 가늠할 수 있다. 구구절절한 설명이 생략된 것이라 간결하고 이해하는 재미가 있다.
‘더 테너’가 관객을 만나기까지 무려 5~6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됐다. 걸린 시간만큼 배우와 제작진, 내용, 무대, 노래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아, 가장 화려한 무대가 주는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를 114분 동안 그저 느끼면 된다. 오는 31일 개봉.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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