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조선 시대 왕실의 의복을 만들던 상의원에서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상의원’은 의복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러닝타임 127분 동안 다양한 한복들이 등장, 눈을 사로잡는다. 조선 지존의 옷은 특히 더 화려하고 아름답다. 전체 의상 제작비에만 약 10억 원이 투입됐다.
눈을 호강시켜주지만 한복들은 이야기를 거들뿐 영화의 중심은 아니다. 질투심에 눈이 먼 어침장 돌석(한석규)과 천재 디자이너 공진(고수)의 갈등이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상의원에서 왕실의 의복을 만드는 데 평생을 바친 돌석은 곧 양반의 벼슬을 얻게 된다. 기품과 법도, 계급이 옷에 담겨 있어야 한다고 믿는 돌석. 하지만 갑작스럽게 나타난 공진이 영 못마땅하다. 기생들의 옷이나 매만지던 놈이 관복은 물론, 왕과 왕비의 옷을 변형한 꼴이 눈엣가시다. 설상가상 모두가 공진의 옷을 좋아하니 자신의 자리가 위태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공진의 천재성을 알아본 돌석은 자신이 쌓은 공든 탑을 스스로 조금씩 무너뜨린다. 옷 만드는 걸 좋아하고 그 일을 즐겼을 뿐인 공진이 권세를 원한 건 아니었는데, 인간의 두려움과 욕심 탓 공진은 돌석에게 질투심을 불러오게 했다. 돌석은 질투심과 함께, 시대 분위기 탓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만다.
치를 떨고 분노하며 광기를 보이는 돌석의 모습은 영화 전반부터 조금씩 흘러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최근 끝난 드라마 ‘비밀의 문’에서 왕권을 잃을까 두려워하고 광기 어린 모습을 보인 영조를 연기했었던 한석규는 ‘상의원’에서 또 다른 모습의 두려움과 질투심을 드러낸다. 또 한 번 연기 잘하는 한석규의 등장이다.
‘상의원’은 돌석과 순수성이 돋보이는 천재 공진의 대립이 주가 되는 듯하더니 어느 순간 중심을 잃고 만다. 왕(유연석) 역시 두려움과 외로움, 광기, 질투심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돌석과 공진보다 더 강렬하게 관객의 뇌리에 박힌다. 또 중전(박신혜)을 향한 공진의 외사랑이 혼합되면서 이야기의 초점을 더 흐린다.
후반부로 갈수록 유연석과 박신혜가 돋보이는 구조다. 유연석은 한석규 앞에서 다양한 감정의 왕 연기를 제대로 해냈다. 모든 문무대신을 바꾸어도 돌석만은 그대로 불러들여 자신의 옷을 짓게 한 이유와 예쁘고 아름다운 중전을 홀로 놔둘 수밖에 없던 이유가 드러날 때 애잔하기까지 하다. 유연석의 감정 연기와 더불어 외로움에 싸워야 했던 박신혜 역시 특기할 만하다. 그동안 귀엽고 밝은 캐릭터였던 박신혜는 외로움과 싸우는 중전을 맡아 절제된 연기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툭 떨어뜨리는 눈물은 가슴이 울컥할 정도다.
‘남자사용설명서’로 특유의 재기발랄함을 과시한 이원석 감독은 이번에도 자신의 특기를 살려 군데군데 웃음을 준다. 불편한 의복을 개량해 입은 벼슬아치들이 단체로 걸어가는 모양새나 판수(마동석)의 행동과 언어 유머, 돌석과 공진의 달나라 상상신에서 거대한 토끼가 등장하는 신 등이 그렇다. 하지만 중심을 신경 쓰지 못하고, 자신의 개성만을 드러내려 했다는 점이 아쉽게 다가온다. 특히 돌석과 공진의 감정선을 제대로 폭발시키지 못한 건 실패다. 인물들을 골고루 균형 맞췄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야기가 흩어진 느낌이다. 127분. 15세 관람가. 24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
조선 시대 왕실의 의복을 만들던 상의원에서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상의원’은 의복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러닝타임 127분 동안 다양한 한복들이 등장, 눈을 사로잡는다. 조선 지존의 옷은 특히 더 화려하고 아름답다. 전체 의상 제작비에만 약 10억 원이 투입됐다.
눈을 호강시켜주지만 한복들은 이야기를 거들뿐 영화의 중심은 아니다. 질투심에 눈이 먼 어침장 돌석(한석규)과 천재 디자이너 공진(고수)의 갈등이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상의원에서 왕실의 의복을 만드는 데 평생을 바친 돌석은 곧 양반의 벼슬을 얻게 된다. 기품과 법도, 계급이 옷에 담겨 있어야 한다고 믿는 돌석. 하지만 갑작스럽게 나타난 공진이 영 못마땅하다. 기생들의 옷이나 매만지던 놈이 관복은 물론, 왕과 왕비의 옷을 변형한 꼴이 눈엣가시다. 설상가상 모두가 공진의 옷을 좋아하니 자신의 자리가 위태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공진의 천재성을 알아본 돌석은 자신이 쌓은 공든 탑을 스스로 조금씩 무너뜨린다. 옷 만드는 걸 좋아하고 그 일을 즐겼을 뿐인 공진이 권세를 원한 건 아니었는데, 인간의 두려움과 욕심 탓 공진은 돌석에게 질투심을 불러오게 했다. 돌석은 질투심과 함께, 시대 분위기 탓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만다.
치를 떨고 분노하며 광기를 보이는 돌석의 모습은 영화 전반부터 조금씩 흘러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최근 끝난 드라마 ‘비밀의 문’에서 왕권을 잃을까 두려워하고 광기 어린 모습을 보인 영조를 연기했었던 한석규는 ‘상의원’에서 또 다른 모습의 두려움과 질투심을 드러낸다. 또 한 번 연기 잘하는 한석규의 등장이다.
‘상의원’은 돌석과 순수성이 돋보이는 천재 공진의 대립이 주가 되는 듯하더니 어느 순간 중심을 잃고 만다. 왕(유연석) 역시 두려움과 외로움, 광기, 질투심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돌석과 공진보다 더 강렬하게 관객의 뇌리에 박힌다. 또 중전(박신혜)을 향한 공진의 외사랑이 혼합되면서 이야기의 초점을 더 흐린다.
후반부로 갈수록 유연석과 박신혜가 돋보이는 구조다. 유연석은 한석규 앞에서 다양한 감정의 왕 연기를 제대로 해냈다. 모든 문무대신을 바꾸어도 돌석만은 그대로 불러들여 자신의 옷을 짓게 한 이유와 예쁘고 아름다운 중전을 홀로 놔둘 수밖에 없던 이유가 드러날 때 애잔하기까지 하다. 유연석의 감정 연기와 더불어 외로움에 싸워야 했던 박신혜 역시 특기할 만하다. 그동안 귀엽고 밝은 캐릭터였던 박신혜는 외로움과 싸우는 중전을 맡아 절제된 연기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툭 떨어뜨리는 눈물은 가슴이 울컥할 정도다.
‘남자사용설명서’로 특유의 재기발랄함을 과시한 이원석 감독은 이번에도 자신의 특기를 살려 군데군데 웃음을 준다. 불편한 의복을 개량해 입은 벼슬아치들이 단체로 걸어가는 모양새나 판수(마동석)의 행동과 언어 유머, 돌석과 공진의 달나라 상상신에서 거대한 토끼가 등장하는 신 등이 그렇다. 하지만 중심을 신경 쓰지 못하고, 자신의 개성만을 드러내려 했다는 점이 아쉽게 다가온다. 특히 돌석과 공진의 감정선을 제대로 폭발시키지 못한 건 실패다. 인물들을 골고루 균형 맞췄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야기가 흩어진 느낌이다. 127분. 15세 관람가. 24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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