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인턴기자] 언뜻 보면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이하 ‘운널사’)는 외모와 재력, 능력까지 다 갖춘 이건(장혁 분)이라는 왕자님과 결혼하는 평범녀 김미영(장나라 분)의 신데렐라 스토리다.
현실에서는 이루어지기 힘든 이야기지만, 사실 그 안에는 혼전임신 후 결혼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예전에는 혼전임신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이 많았지만, 요즘은 혼전임신한 커플이 양가의 축하를 받으며 무난하게 결혼에 골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성문화가 전보다 개방된 탓도 있고, 출산율이 워낙 현저하게 낮아져 임신 자체가 귀해진 탓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혼전임신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비춰지는 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임신 때문에 급히 결혼한 부부들이 갈등을 빚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이건과 김미영은 서로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 채로 동침했다가 아이를 가져 결혼하게 된 부부다. 그러니까 앞서 말한 ‘선임신 후결혼’ 부부의 극단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운널사’의 주인공들은 회를 거듭할수록 서로를 알아가려는 진지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드디어 사랑에 빠지게 됐다. 이는 서로를 알아갈 시간이 부족했던 부부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김미영과 이건이 서로 결혼을 결심한 계기는 같다. 아이를 낳기로 결정했고, 서로가 아이의 좋은 엄마, 아빠가 돼줄 수 있을 것이란 확신 때문이었다. 즉, 이들은 서로를 사랑하는 이유가 아닌 내 아이를 위한 선택으로 결혼을 결정했다.
이건은 김미영이 ‘내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김미영과 함께 태교 교실에 다니고, 김미영의 토라진 마음을 풀기 위해 선물을 하고 애교를 부리는 등 김미영에 신경을 쓰며 남편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기 위해 여러모로 애를 쓴다. 김미영 또한 자신을 신경써주는 ‘아이의 아빠’인 이건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자신도 아내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기 시작한다. 또한, 이건의 조언대로 늘 감정표현을 하지 못하고 웃기만 하던 모습에서 조금씩 싫음과 좋음을 표현하는 사람으로 바뀌려고 노력한다.
초반에는 어색하고 서툴렀던 사이가 서로가 원하는 점이 무엇인지 알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자신에게 상대방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고민을 거듭한 끝에 그 둘은 이제 서로에 익숙해지고 서슴없이 모닝 뽀뽀를 하는 달콤한 사이로 변했다. 서로에 책임감만을 느꼈던 두 사람 사이에는 이제 설렘, 따뜻함, 질투, 존중 등의 다채로운 감정이 들어서 ‘아이의 부모’가 아닌 ‘부부’로 발전했다.
이처럼 드라마는 법적인 부부를 넘어서 인생의 반려자로서의 부부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주고, 그러기 위해서는 노력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렇게 혼전임신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벼운 신데렐라 스토리에 녹여내 시청자에게 교훈을 강요하지 않되, 즐겁게 드라마를 본 후 마음에 훈훈함과 울림이 있도록 구성했다.
물론 이건의 집안이 대대로 유전병이 있어 단명하기 때문에 손이 귀하다는 설정이 김미영과 이건의 결혼을 속전속결로 이뤄주게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그런 덕분에 이건의 집에서도 김미영을 환영했고, 여느 부잣집에 시집간 평범한 집안의 여자가 주인공인 드라마처럼 고된 시집살이나 고부 갈등 같은 진부한 소재는 사라졌다. 이러한 극적 환경은 오히려 김미영과 이건, 두 사람의 심경 변화에 시청자들이 집중할 수 있게 하고, 부부도 자신들의 마음을 가장 우선시하며 과연 부부라는 것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게 됐다.
단지 아쉬운 점은 드라마가 주인공들이 결혼 후,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 시간을 좀 더 투자했으면 하는 점이다. 이건과 김미영이 벌써 사랑에 빠져버린 탓에, 부부의 의미를 찾는 여정은 여기서 그치고 말았다. 또한 이건-김미영 부부가 서로를 애틋하게 생각하게 된 구체적인 계기가 등장했다면 더욱 이 부부의 사랑에 설득력을 높였을 거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일명 ‘원나잇’을 통해 임신을 하고 부부가 되면서 진정한 부부가 무엇인지 탐구하는 이 드라마의 주제의식은 다양한 사랑을 다룬 드라마들 중에 단연 돋보인다. 혼전임신이라는 만연하지만 다루기 어려운 주제를 가지고 어떻게 하면 쉽고 재밌게 시청자들에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제작진의 노력이야말로 이 드라마가 색다르게 보이는 이유다.
유지혜 인턴기자 yjh0304@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현실에서는 이루어지기 힘든 이야기지만, 사실 그 안에는 혼전임신 후 결혼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예전에는 혼전임신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이 많았지만, 요즘은 혼전임신한 커플이 양가의 축하를 받으며 무난하게 결혼에 골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성문화가 전보다 개방된 탓도 있고, 출산율이 워낙 현저하게 낮아져 임신 자체가 귀해진 탓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혼전임신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비춰지는 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임신 때문에 급히 결혼한 부부들이 갈등을 빚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이건과 김미영은 서로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 채로 동침했다가 아이를 가져 결혼하게 된 부부다. 그러니까 앞서 말한 ‘선임신 후결혼’ 부부의 극단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운널사’의 주인공들은 회를 거듭할수록 서로를 알아가려는 진지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드디어 사랑에 빠지게 됐다. 이는 서로를 알아갈 시간이 부족했던 부부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김미영과 이건이 서로 결혼을 결심한 계기는 같다. 아이를 낳기로 결정했고, 서로가 아이의 좋은 엄마, 아빠가 돼줄 수 있을 것이란 확신 때문이었다. 즉, 이들은 서로를 사랑하는 이유가 아닌 내 아이를 위한 선택으로 결혼을 결정했다.
이건은 김미영이 ‘내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김미영과 함께 태교 교실에 다니고, 김미영의 토라진 마음을 풀기 위해 선물을 하고 애교를 부리는 등 김미영에 신경을 쓰며 남편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기 위해 여러모로 애를 쓴다. 김미영 또한 자신을 신경써주는 ‘아이의 아빠’인 이건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자신도 아내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기 시작한다. 또한, 이건의 조언대로 늘 감정표현을 하지 못하고 웃기만 하던 모습에서 조금씩 싫음과 좋음을 표현하는 사람으로 바뀌려고 노력한다.
사진=운명처럼널사랑해 방송 캡처
이는 서로의 하룻밤에 실수임을 인정하고, 사랑이 아닌 아이의 행복을 위해 결혼한 부부 사이에 변화를 가져왔다. 김미영에 별 관심이 없던 이건은 책임감에서 비롯된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바뀌어가는 김미영의 모습과 김미영만의 착한 천성에 조금씩 김미영을 ‘아이의 엄마’가 아닌 ‘내 아내’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김미영은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써주며 자신을 편안하게 해주려고 애쓰는 이건의 따뜻함에 점점 마음을 뺏겼다.초반에는 어색하고 서툴렀던 사이가 서로가 원하는 점이 무엇인지 알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자신에게 상대방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고민을 거듭한 끝에 그 둘은 이제 서로에 익숙해지고 서슴없이 모닝 뽀뽀를 하는 달콤한 사이로 변했다. 서로에 책임감만을 느꼈던 두 사람 사이에는 이제 설렘, 따뜻함, 질투, 존중 등의 다채로운 감정이 들어서 ‘아이의 부모’가 아닌 ‘부부’로 발전했다.
이처럼 드라마는 법적인 부부를 넘어서 인생의 반려자로서의 부부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주고, 그러기 위해서는 노력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렇게 혼전임신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벼운 신데렐라 스토리에 녹여내 시청자에게 교훈을 강요하지 않되, 즐겁게 드라마를 본 후 마음에 훈훈함과 울림이 있도록 구성했다.
물론 이건의 집안이 대대로 유전병이 있어 단명하기 때문에 손이 귀하다는 설정이 김미영과 이건의 결혼을 속전속결로 이뤄주게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그런 덕분에 이건의 집에서도 김미영을 환영했고, 여느 부잣집에 시집간 평범한 집안의 여자가 주인공인 드라마처럼 고된 시집살이나 고부 갈등 같은 진부한 소재는 사라졌다. 이러한 극적 환경은 오히려 김미영과 이건, 두 사람의 심경 변화에 시청자들이 집중할 수 있게 하고, 부부도 자신들의 마음을 가장 우선시하며 과연 부부라는 것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게 됐다.
단지 아쉬운 점은 드라마가 주인공들이 결혼 후,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 시간을 좀 더 투자했으면 하는 점이다. 이건과 김미영이 벌써 사랑에 빠져버린 탓에, 부부의 의미를 찾는 여정은 여기서 그치고 말았다. 또한 이건-김미영 부부가 서로를 애틋하게 생각하게 된 구체적인 계기가 등장했다면 더욱 이 부부의 사랑에 설득력을 높였을 거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일명 ‘원나잇’을 통해 임신을 하고 부부가 되면서 진정한 부부가 무엇인지 탐구하는 이 드라마의 주제의식은 다양한 사랑을 다룬 드라마들 중에 단연 돋보인다. 혼전임신이라는 만연하지만 다루기 어려운 주제를 가지고 어떻게 하면 쉽고 재밌게 시청자들에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제작진의 노력이야말로 이 드라마가 색다르게 보이는 이유다.
유지혜 인턴기자 yjh0304@mkculture.com / 트위터 @mk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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