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호평 일색이요? 감사하죠. 시간이 준 선물인 것 같아요. (전작이 잘 안 돼) 자의든, 타의든 집에 감금될 수밖에 없었잖아요. 그래도 현실을 탈출할 열쇠는 역시 영화밖에 없더라고요."
29일 개봉하는 영화 '끝까지 간다'를 연출한 김성훈(43) 감독. 어머니 장례식날, 감찰반 단속을 받게 된 형사 건수가 사람을 치고 그 시체를 숨기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내용이다. 이선균이 건수 역할, 조진웅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의문의 남자로 나온다.
매끄럽게 잘 빠진 영화는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하고, 유머를 곁들였다. 후반부는 액션으로 마무리한다. 언론시사회 후 반응이 폭발적이다. 제67회 칸국제영화제 감독 주간에도 초청돼 박수를 받았다.
이 영화의 시작은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연출한 영화 '귀향'(2006)의 한 장면이 모티프다. 김 감독은 극 중 페넬로페 크루즈가 남편의 시체를 냉장고에 넣어 강가에 묻는 장면을 보며 이 이야기를 떠올렸다.
"2007년인가? 영화를 보면서 '저러다가 걸리는 것 아냐? 저렇게 하면 안 되는데…. 어떻게 은닉을 해야 완벽한 걸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그 모티프를 이용해 바로 작품을 하려고 한 건 아니고, 다른 영화들을 생각했었죠. 그러다가 무덤에 사람을 유기하는 이야기로 발전했어요.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110분을 못 끌고 가겠더라고요. 그렇게 살이 붙어 나갔죠. 2009년 초고가 나왔는데 작년 봄에 15고까지 나왔어요."
김 감독은 극 전반에 흐르는 긴장감과 코미디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극 중 건수는 어머니의 관 속에 시체를 넣는다. 그 과정이 긴장감과 웃음을 동시에 준다. 딸 아이의 장난감 병정으로 시체에 줄을 묶고 통풍구로 힘들게 이동시켰는데, 병원 편의점에는 무선조종 자동차를 팔고 있었다. 병원 관계자가 곧 들이닥칠 상황이라 긴장하며 어렵사리 시체를 옮겼는데 무선조종 자동차가 있었다니…. 이 사실을 알고는 허탈해하는 건수의 표정이 웃음을 주는 식이다.
"시신 유기는 끔찍한 거잖아요. 그냥 그대로 전달될 때 불편함이 있을 것 같았어요. 긴장감과 웃음을 어떻게 유지할지 끊임없는 고민을 했어요. 사실 이게 잘 전달될지 두려움은 있었지만, 그래서 더 시나리오를 계속 만졌던 것 같아요."
김 감독은 "시간이 없었다면 이렇게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며 "좋은 아이디어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시나리오 초고로 영화를 찍었다면 이런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선균, 조진웅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두 친구가 이 시나리오 대단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고 좋아했다.
특히 이선균은 갈비뼈가 부러질 정도로 몸을 사리지 않았다. "촬영할 때는 몰랐어요. 아파트 장면에서 가구들이 넘어질 때 다친 것 같아요. '잘못된 것 아니야?'고 물었는데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선균씨는 또 대단한 게 본인이 몸을 다친 걸 연기로 보여주더라고요. 진짜 아프면 '잠깐 쉬었다 가자'고 할 수 있는데 가슴을 움켜쥐며 연기를 하더라고요. 미안했지만 매력적인 친구라는 걸 또 한 번 느꼈죠."
혹자는 이선균이라는 배우가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이끌 수 있겠느냐는 의심도 했을 법하다. 김 감독은 "이 영화의 시작부터가 모험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선균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휴 그랜트가 나쁜 짓 안 하든, 이선균도 그런 이미지였다. 그런데 그가 가진 연민이 관객의 감정을 이끌 것 같았다"고 애정과 믿음을 동시에 드러냈다.
결과는 현재까지 대성공이다. 이선균과 조진웅이라는 조합은 쾌감을 일으킨다. 두 배우와 김 감독이 관객과 마주해 정면 승부를 겨루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일반적인 영화에 흔히 있을 법한 조력자도 없고, 여성 등장인과의 로맨스도 없다(극 중 이선균의 동생으로 배우 신동미가 나오지만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다른 인물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 것도 이 영화의 장점이기도 하다.
"숨기려는 자와 차지하려는 자의 필연적 충돌이잖아요. 다른 요소가 더 들어왔으면 풍족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하면 놓치는 게 있을 것 같았어요. 두 배우의 밀도에서도 차이가 있었겠죠. 두 사람이 중심이라 잃은 것도 있겠지만, 이것만 봐도 저는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재미있게 만들면 다른 관객도 재미있게 느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죠. 스스로 부끄럽지 않아요. 사실 예전에 로맨틱코미디를 한 번 써봤는데 가짜 같더라고요. 사람 같지 않다고 할까요? 하하하. 전 배우를 벗기는 것도 관심 없어요. 솔직하게 하고 싶은 걸 만들어 봤죠."
'끝까지 간다'는 지난 2006년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이후 오랫동안 메가폰을 내려놓았던 김 감독을 조만간 또 볼 수 있게 할 것 같다.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고요? 감독에게는 최고의 찬사죠. 신 나게 찍고 싶어요. 최소한 7년 반은 안 걸렸으면 좋겠어요."(웃음)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호평 일색이요? 감사하죠. 시간이 준 선물인 것 같아요. (전작이 잘 안 돼) 자의든, 타의든 집에 감금될 수밖에 없었잖아요. 그래도 현실을 탈출할 열쇠는 역시 영화밖에 없더라고요."
29일 개봉하는 영화 '끝까지 간다'를 연출한 김성훈(43) 감독. 어머니 장례식날, 감찰반 단속을 받게 된 형사 건수가 사람을 치고 그 시체를 숨기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내용이다. 이선균이 건수 역할, 조진웅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의문의 남자로 나온다.
매끄럽게 잘 빠진 영화는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하고, 유머를 곁들였다. 후반부는 액션으로 마무리한다. 언론시사회 후 반응이 폭발적이다. 제67회 칸국제영화제 감독 주간에도 초청돼 박수를 받았다.
이 영화의 시작은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연출한 영화 '귀향'(2006)의 한 장면이 모티프다. 김 감독은 극 중 페넬로페 크루즈가 남편의 시체를 냉장고에 넣어 강가에 묻는 장면을 보며 이 이야기를 떠올렸다.
"2007년인가? 영화를 보면서 '저러다가 걸리는 것 아냐? 저렇게 하면 안 되는데…. 어떻게 은닉을 해야 완벽한 걸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그 모티프를 이용해 바로 작품을 하려고 한 건 아니고, 다른 영화들을 생각했었죠. 그러다가 무덤에 사람을 유기하는 이야기로 발전했어요.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110분을 못 끌고 가겠더라고요. 그렇게 살이 붙어 나갔죠. 2009년 초고가 나왔는데 작년 봄에 15고까지 나왔어요."
김 감독은 극 전반에 흐르는 긴장감과 코미디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극 중 건수는 어머니의 관 속에 시체를 넣는다. 그 과정이 긴장감과 웃음을 동시에 준다. 딸 아이의 장난감 병정으로 시체에 줄을 묶고 통풍구로 힘들게 이동시켰는데, 병원 편의점에는 무선조종 자동차를 팔고 있었다. 병원 관계자가 곧 들이닥칠 상황이라 긴장하며 어렵사리 시체를 옮겼는데 무선조종 자동차가 있었다니…. 이 사실을 알고는 허탈해하는 건수의 표정이 웃음을 주는 식이다.
"시신 유기는 끔찍한 거잖아요. 그냥 그대로 전달될 때 불편함이 있을 것 같았어요. 긴장감과 웃음을 어떻게 유지할지 끊임없는 고민을 했어요. 사실 이게 잘 전달될지 두려움은 있었지만, 그래서 더 시나리오를 계속 만졌던 것 같아요."
김 감독은 "시간이 없었다면 이렇게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며 "좋은 아이디어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시나리오 초고로 영화를 찍었다면 이런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선균, 조진웅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두 친구가 이 시나리오 대단하게 보이도록 만들었다"고 좋아했다.
특히 이선균은 갈비뼈가 부러질 정도로 몸을 사리지 않았다. "촬영할 때는 몰랐어요. 아파트 장면에서 가구들이 넘어질 때 다친 것 같아요. '잘못된 것 아니야?'고 물었는데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선균씨는 또 대단한 게 본인이 몸을 다친 걸 연기로 보여주더라고요. 진짜 아프면 '잠깐 쉬었다 가자'고 할 수 있는데 가슴을 움켜쥐며 연기를 하더라고요. 미안했지만 매력적인 친구라는 걸 또 한 번 느꼈죠."
혹자는 이선균이라는 배우가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이끌 수 있겠느냐는 의심도 했을 법하다. 김 감독은 "이 영화의 시작부터가 모험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선균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휴 그랜트가 나쁜 짓 안 하든, 이선균도 그런 이미지였다. 그런데 그가 가진 연민이 관객의 감정을 이끌 것 같았다"고 애정과 믿음을 동시에 드러냈다.
결과는 현재까지 대성공이다. 이선균과 조진웅이라는 조합은 쾌감을 일으킨다. 두 배우와 김 감독이 관객과 마주해 정면 승부를 겨루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일반적인 영화에 흔히 있을 법한 조력자도 없고, 여성 등장인과의 로맨스도 없다(극 중 이선균의 동생으로 배우 신동미가 나오지만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다른 인물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 것도 이 영화의 장점이기도 하다.
"숨기려는 자와 차지하려는 자의 필연적 충돌이잖아요. 다른 요소가 더 들어왔으면 풍족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하면 놓치는 게 있을 것 같았어요. 두 배우의 밀도에서도 차이가 있었겠죠. 두 사람이 중심이라 잃은 것도 있겠지만, 이것만 봐도 저는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재미있게 만들면 다른 관객도 재미있게 느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죠. 스스로 부끄럽지 않아요. 사실 예전에 로맨틱코미디를 한 번 써봤는데 가짜 같더라고요. 사람 같지 않다고 할까요? 하하하. 전 배우를 벗기는 것도 관심 없어요. 솔직하게 하고 싶은 걸 만들어 봤죠."
'끝까지 간다'는 지난 2006년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이후 오랫동안 메가폰을 내려놓았던 김 감독을 조만간 또 볼 수 있게 할 것 같다.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고요? 감독에게는 최고의 찬사죠. 신 나게 찍고 싶어요. 최소한 7년 반은 안 걸렸으면 좋겠어요."(웃음)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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