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노 마스(사진=엑세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가수의 노래를 알고 '듣는' 공연과 모르고 '보는' 공연의 차이는 크다. 열성 팬이 아닌데 누군가를 따라갔거나 우연히 보게 된 공연이라면 따분해지기 일쑤다. 특히 외국 가수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브루노 마스는 음악을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팬이 아닌 여느 관객을 매료시키기 충분했다.8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는 미국 싱어송라이터 브루노 마스(Bruno Mars)의 첫 내한 공연이 열렸다. 그는 현재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팝스타 중 한 명이다. 2010년 데뷔한 그는 단 두 장의 앨범으로 전 세계에서 1100만 장 이상의 앨범 판매고를 올렸다. 지난 1월 그의 내한 공연 티켓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1만 2000장 객석은 금새 동 났다.
부끄러운 고백일 수 있으나 기자는 그의 '저스트 더 웨이 유 아(Just the way you are)'를 비롯한 아주 잘 알려진 히트곡 외 앨범에 담긴 모든 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다. 노래에 담긴 사연이나 어떠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조차 알 턱이 없다. 그럼에도 소위 그의 노래에 심장이 쫄깃해졌다. 어깨는 절로 들썩였다. 다 알아듣지 못하는 영어 가사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양한 피부색의 케이팝 (K-POP) 팬들이 한국어를 몰라도 열광하는 것처럼 말이다. 음악은 어차피 그 자체로 만국공통어였다.
브루노 마스(사진=엑세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브루노 마스는 이날 '문샤인(Moonshine)'으로 공연 시작을 알렸다. 중절모를 쓰고 기타를 둘러멘 그의 등장에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나온 공연장은 곧장 관객들의 일명 '떼창(합창)'으로 점철됐다. 그는 '트레저(Treasure)' '아워 퍼스트 타임(Our First Time)' '매리 유(Marry You)' 등 자신의 히트곡부터 BOB의 '낫싱 온 유(Nothin' on You)'까지 지루할 틈 없는 무대를 이어갔다. 그가 노랫말 일부를 한국어로 개사해 '사랑해요'라고 할 때 팬들은 자지러졌다.그는 감미로운 목소리로 듣는 이의 마음을 녹였고, 때로는 신 나는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드는 흥에 겨운 그루브로 섹시한 매력을 발산했다. 알앤비(R&B), 로큰롤, 재즈, 펑키 장르를 가리지 않으며 고음과 저음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그의 가창력은 팬들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다. 더불어 그의 기타 연주는 강렬하면서도 인상적이었다. 피아노와 드럼 솔로 연주는 덤이 아닌 그의 천재성을 과시한 한 판 잔치였다. 그를 두고 마이클 잭슨과 비견하는 국내외 평단의 해석이 결코 과하지 않음이 증명되는 데 채 두 시간이 걸리지 않은 셈이다. 그는 흔한 돌출 무대나 특수 장치 없이도 객석을 압도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열악한 우리나라 공연장 수준을 다시 한 번 체감한 순간이었다. 세계적인 팝스타의 공연을 전문공연장이 아닌 체조경기장에서 보고 들어야 하는 현실. 최상의 음향시스템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공연 티켓값이 가장 비싼 VIP석조차 좁고 망가진 의자에 앉아 불편을 느끼게 하는 공연장은 생각해 볼 문제다. 특히 스탠딩 구역 바로 앞 좌석은 자리에 앉아서는 무대를 온전히 보기 힘들었다. 물론 브루노 마스의 공연을 가만히 앉아서 보는 팬은 없을 테니 이러한 불만을 제기하는 이는 드물다.
주최 측의 불가피한 홍보 전략도 호불호가 갈린다. 외국 팝스타는 대부분 초상권 보호를 이유로 기획사 측에서 제공하는 사진 외 국내 취재진에 촬영을 허가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브루노 스타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오히려 공연장을 찾은 관객에게는 휴대폰을 이용한 촬영이 자유롭게 허락됐으나 취재진의 고급 장비로는 불가했다.
그런데 이번 브루노 마스의 공연장을 찾은 셀리브리티에게는 별도의 포토월까지 마련됐다. 소녀시대 멤버 수영과 밴드 씨엔블루, 배우 정려원 지진희 윤승아, 피아니스트 윤한 등이 현장에서 카메라 플래시를 받았다. 공연의 메인 스폰서인 아우디를 위한 배려였다. 포토월에 촘촘히 새겨진 아우디 브랜드는 그렇게 다수 노출됐다. 거액의 돈을 들여 좋은 가수의 좋은 음악을 한국에서 들을 수 있게 해준 점은 고마우나 셀리브리티 자격으로 참석한 해당 연예인은 살짝 넌센스다. 심지어 그들 중 최소 한 명은 스케줄 상의 이유였는지, 공연이 끝나기 전 자리를 뜨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그들이 포토월 앞에 선 이유가 단순히 자신에게 제공된 '공짜 표' 때문 만은 아니다. 진짜 팬도 있을 것이다. 주최 측과 당사자들 간의 여러 이해 관계가 맞물렸으리라 여겨진다"면서도 "다만 그들이 브루노 마스의 진가(眞價)를 확인할 다른 방법은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실제로 외부에 알리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공연을 본 연예인도 여럿 있다"고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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