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반(反)정부 대규모 시위'가 예고된 가운데, 미국 부통령이 베네수엘라 시민들에게 집회 참가를 권유하는 비디오 영상을 공개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시위 하루 전날인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내일 시위에 참여해 당신들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면서 "우리 미국을 비롯한 나라들이 베네수엘라 의회와 자유를 지지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22일(현지시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베네수엘라 시민들에게 "미국 시민을 대신해 내일 목소리를 내달라"며 23일 집회 참가를 권유하고 있다. <출처=펜스 부통령 트위터>

22일(현지시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베네수엘라 시민들에게 "우린 당신들과 함께 한다"며 23일 집회 참가를 권유하고 있다. <출처=펜스 부통령 트위터>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베네수엘라 시민들을 의식해 스페인어 자막까지 넣은 펜스 부통령은 "미국을 대신해 내일 좋은 베네수엘라 사람들(la gente buena de Venezuela)이 목소리를 들려달라"면서 "우리는 당신들과 함께한다(Estamos con ustedes!)"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같은 날 마두로 정권은 펜스의 영상을 '공개적으로 쿠데타를 조장하는 내정 간섭'이라며 반발했다. 22일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은 국영방송 VTV에 출연해 "양키(yankee·미국인 지칭)는 집에 나 가라! 우리 조국 일에 간섭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같은 날 22일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공보부 장관도 기자회견을 열어 "펜스가 말하는 좋은 베네수엘라 사람이 뭐냐?"고 반문하면서 "펜스가 테러리스트들에게 내일 시위 때 폭력행위를 실행하라고 지령을 준 것"이라고 비난했다. <출처=베네수엘라 V-TV캡쳐>
같은 날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공보부 장관도 기자회견을 열어 "펜스가 말하는 좋은 베네수엘라 사람이 뭐냐?"고 반문하면서 "펜스가 테러리스트들에게 내일 시위 때 폭력행위를 실행하라고 지령을 준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23일 시위 때 무장 세력이 폭력행위를 할 가능성도 경고했다. 그는 "어제 반란 소동을 일으킨 군인들이 소총 51정을 훔쳤는데 현재로선 그 중 40정만 회수됐다"면서 "그 군인들이 야당인 민중의지당(Voluntad Popular) 편 테러리스트들에게 무기를 줬다고 자백했다"고 말했다.앞서 21일 베네수엘라에선 군인 27명이 수도 카라카스 시내 군 초소에서 무기를 들고나와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 근처로 향하다가 정부에 잡힌 바 있다. 당시 베네수엘라 국방부는 "불명확한 이해관계에 따른 반역 행위를 진압했다"고 밝혔는데 로드리게스 장관이 일부 진압임을 22일 시인한 셈이다.

지난 13일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베네수엘라의 적법한 대표자는 나"라고 선언하고 있다. <출처=BBC>
앞서 베네수엘라 야권 정당 민중의지당 대표이기도 한 우파 정치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35)은 수도 카라카스 시내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를 23일 열 것이라고 예고 한 바 있다. 23일은 1958년 베네수엘라 시민들이 봉기해 독재정권 마르코스 페레스 히메네스를 끌어내린 기념일로 알려져있다.과이도 의장은 미국을 비롯해 브라질,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등 '친미'중남미 국가 정부 지지를 받는 인물이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을 비롯한 친미 진영은 "과이도가 실질적인 베네수엘라 지도자"라면서 "비민주적인 불법 선거를 통해 두번째 임기를 시작한 마두로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비난 수위를 높여왔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후계자 격인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10일부로 6년 간의 임기(2013년 4월~)를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 5월 주요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치러진 대선에서 득표율 67.7%로 재선에 성공했다. 마두로 정권은 '포퓰리즘(populism·인기영합주의)'로 경제를 파탄지경으로 몰고 가 '초인플레 250만%·시민 300만명 국외 대탈출(exodus)'을 야기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마두로 2기가 시작되자 13일 과이도 의장은 "오늘부로 베네수엘라의 적법한 대통령은 나"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석차 이동 중 베네수엘라 정보 요원에게 납치됐다 풀려났다.
다만 미국 등이 마두로 정권을 규탄하는 것에 대한 비난도 적지 않다. 지난해 9월부터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 쿠데타 기도 세력과 접촉해 이를 지원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해왔다.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폭정의 3인방(troika of tyranny·쿠바·베네수엘라·니카라과)'으로 규정하면서 정권 전복을 외쳐왔지만 정작 '친미 정권' 온두라스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온두라스는 과테말라, 엘 살바도르와 함께 '캐러밴(caravan·중미 출신 이주민 행렬)' 3국으로 꼽히는데, 미주기구(OAS)와 유럽연합(EU)이 "2017년 11월 대통령 선거는 절차와 진행이 비민주적이고 불법적"이라면서 재선을 권고할 정도로 불법 대선 논란이 일었다. 온두라스 시민들이 21일 부로 1주일 간 '후안 올란도 에르난데스 대통령 사임' 규탄 시위에 들어간 상태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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