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한파특보가 발효됐다. 기온이 급격히 낮아지면 동맥혈관의 상태가 불안정해지고, 혈관의 기능을 조절하는 교감과 부교감의 균형이 깨져 혈관이 과도하게 수축된다. 특히 눈속 혈관은 가늘고 미세하여 강추위에 자칫 눈에 '중풍'이 올 수 있다.
눈의 중풍은 응급질환에 해당하는 '망막혈관폐쇄증'을 말한다. 망막혈관폐쇄는 망막에 있는 혈관이 여러 가지 이유로 막혀 시력이 저하되는 질환으로 혈액순환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뇌졸중(중풍)과 비슷해 '눈 중풍'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망막혈관폐쇄증 입원 외래별 환자수는 2012년 12만 8,901명에서 2016년 16만 5,361명으로 5년새 약 28% 증가했다.
망막폐쇄혈관증은 주로 50~70대에서 자주 발생하며, 고혈압, 당뇨, 심혈관계질환 등 평소 심혈관계 질환을 가지고 있다면 더 위험할 수 있다. 특히 망막혈관 중 망막중심동맥 부분이 폐쇄될 경우, 발생 직후 재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영영 시력을 잃을 수도 있어 긴급한 처치가 필요하다.
누네안과병원 김순현원장은 "망막혈관폐쇄증은 치료가 늦어지면 자칫 실명의 위험이 있다. 발병 후 빨리 치료를 받아야 시신경 손상이 적고, 치료 후 회복 속도도 빠르다. 따라서 평소 눈에 나타나는 이상 증상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망막혈관폐쇄가 일어나면 우선 그 위치를 정확히 판별해야 한다. 폐쇄된 혈관이 어느 곳인지에 따라 시력 저하의 양상과 그에 따른 치료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중 가장 시급한 치료가 필요한 응급질환은 망막의 중심 동맥이 막힌 '망막동맥폐쇄'이다. 망막동맥이 폐쇄되어 혈액공급이 막히면 시야에 먹구름이 낀 것 같은 급격한 시력 저하가 일어난다. 바로 눈 앞의 손가락을 구별하지 못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별다른 통증은 없으나 일시적으로 눈이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누네안과병원 김순현원장은 "망막동맥폐쇄는 24시간 내에 망막의 혈류를 복구하지 않으면 시력 회복이 힘들다"며 "환자가 병원에 이송되면 우선 안압을 급격히 낮추고 내과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혈관이 폐쇄된 원인을 찾아내며 혈류를 회복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처치들이 시행된다"고 설명했다.
망막의 중심정맥이 막혀서 나타나는 '망막정맥폐쇄'는 보통 한 쪽 눈에서만 발생하므로 망막동맥폐쇄의 경우보다는 시력저하가 덜하다. 망막정맥이 막히면 망막중심인 황반에 부종이 발생해 시력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 또한 신생혈관이 생겨나 안구 내 압력이 상승하는 녹내장을 일으키기도 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망막정맥폐쇄를 완전히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대신 망막에 혈액이 원활히 공급되지 않으면 신생혈관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 레이저 범안저광응고술이 사용된다. 황반부종에는 레이저치료와 항체주사치료, 또는 안내 스테로이드 주입술을 시행한다.
망막혈관폐쇄 발생은 평소 생활습관과 관계가 깊다. 김순현원장은 "망막혈관폐쇄는 뇌졸중(중풍)과 유사해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등 대사성질환을 가진 사람에서 발생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평소 꾸준한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운동은 일주일에 세 번 정도, 걷기나 가벼운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의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적당하다. 또한 눈에 좋은 루테인과 제아잔틴 성분이 들어있는 시금치, 케일, 순무 등 짙은 녹색채소와 함께 베타카로틴을 함유한 토마토, 당근, 쑥갓 등 녹황색 채소, 해조류를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나 음주, 흡연도 혈관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삼가야 한다. 망막박리와 망막혈관폐쇄는 조기발견과 치료가 향후 시력 회복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치료가 필요한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적어도 1년에 한번은 안과에 들러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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