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4일 신규 시내 면세점 특허권 신청 마감을 앞두고 경쟁 업체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와 신세계, HDC신라가 참여 의사를 밝혔고 면세 운영권을 빼앗긴 SK네트웍스와 지난해 특허권 획득에 실패한 현대백화점이 재도전에 나선다. 반면 이랜드는 핵심사업에 집중하겠다며 포기 의사를 밝혔다. 대기업에게 주어진 서울 시내 면세점 운영권은 3장인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29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업체들은 이번 3차 면세 전쟁이 사실상 마지막 신규 특허 대전이 될 것으로 보고있다. 이번에 특허권을 따면 큰 이변이 없는 한 10년간 사업을 이어갈 수 있어 면세 업계의 판도도 이번에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부활 여부다. 1년 넘게 이어진 오너 리스크와 전방위적 검찰 수사로도 국내 면세 사업자 1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는 롯데면세점이지만 연매출 6000억원의 월드타워점이 지난해 사업권을 잃고 올 하반기부터 사실상 영업을 중단하면서 면세사업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서울 시내 면세점 연매출 5조3508억원 중 롯데면세점 비중은 61.6%(3조2942억원)다. 호텔신라는 26.1%(1조4014억원)으로 양사를 합치면 87.7%에 달해 사실상 현 서울 시내 면세는 양사가 양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월드타워점 재개장 여부에 따라 면세 삼국, 또는 춘추전국 시대가 본격 열릴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신규 서울 시내 면세사업자인 신세계와 HDC신라가 강북에서 안정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고 이번에 강남을 중심으로 신규 사업권 도전에 나서면서 롯데면세점으로서는 부담을 안게 됐다. 강북에 워커힐면세점을 운영할 계획인 SK네트웍스를 제외하면 현대백화점도 무역센터점에 면세점을 꾸릴 예정이서 강남권 최고 면세점을 내세운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으로서는 경쟁 구도가 강북의 SK네트웍스보다 훨씬 복잡하게 됐다.
일 매출 80억원, 연 매출 2조4189억원의 롯데면세점 소공점은 강북권은 물론 국내 면세 점포 중 ‘무소불위’의 위치를 자랑하는 반면 강남지역에 있는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은 일 매출이 10억원으로 신규면세점인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이나 HDC신라의 신라아이파크면세점보다 낮아 강남에 들어설 신규면세점이 공격적인 경영을 이어갈 경우 빠른 시일 내 따라잡힐 우려가 있다. 폐점 전까지 일매출 20억원을 기록하던 월드타워점이 재승인에 실패할 경우 코엑스점이 오롯이 경쟁사의 공격을 견뎌내며 강남 면세 전쟁을 치뤄야 하는 셈이다. 코엑스점은 현대백화점 면세지인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HDC신라의 아이파크타워와도 매우 인접해있어 부담이 더욱 크다. 더군다나 월드타워점 폐점 이후 코엑스점 매출이 오르는 이전현상이 나타나지 않아 강남지역 면세객들이 강북이나 강남권 타 면세업체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
점포 수도 문제다. 면세 사업 확장에 있어 늘 부지가 발목을 잡던 신라호텔은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을 만들어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에 면세점을 연 데 이어 강남구 아이파크타워로 강남 면세점 입지를 선정했다. HDC신라는 이를 통해 신라호텔면세점, HDC신라면세점 1,2호점으로 서울지역 삼각 면세벨트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만약 월드타워점이 탈락하고 HDC신라가 승기를 잡을 경우 신라호텔은 계열사를 포함해 서울 시내에서 롯데면세점보다 더 많은 면세점을 운영하게 된다. 국내 면세 1위 사업자인 롯데면세점으로서는 자존심 싸움이기도 한 셈이다.
롯데는 이번 월드타워점 면세 사업권 획득에 그룹 차원에서 사활을 건다는 각오다. 신규면세점들이 패기를 갖고 도전하고 있지만 지난 1989년 롯데면세점 잠실점 개점을 시작으로 강남지역에서 면세 사업을 27년동안 이어온 만큼 경험에서는 누구보다 자신있다는 게 롯데면세점 측의 설명이다. 강북에 비해 크게 밀린 강남 면세 상권에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롯데월드와 롯데월드타워 같은 강력한 콘텐츠가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롯데면세점은 다음달 신규 면세 사업권 신청에 앞서 서울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오는 2018년까지 2000만 서울 관광시대 열기 위해 협력하기로도 했다.
면세점 관계자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사업권 획득해 롯데월드타워가 성공적으로 전면 개장을 마치면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을 신동빈 회장이 잘 마무리한 것이 돼 승계작업 완료는 물론 롯데의 재기에도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올해에만 국내 면세사업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경쟁자들의 방어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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