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쌓은 기업에는 안전, 정숙성, 전설 등 수식어가 붙는다. 혼다도 그렇다. ‘기술의 혼다’다.
혼다 창업자인 혼다 소이치로는 경영보다 기술을 먼저 챙겼다. 설계, 디자인, 생산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예산, 부품수급 등의 문제를 해결할 때도 “좋은 게 좋다”라는 타협을 통해 이윤을 챙기기보다는 고집스럽게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기술 경쟁력을 강화한 혼다의 전략은 70~80년대 일본 경쟁사간 대결에서 혼다를 승리로 이끌었고, 미국에서 성공한 자동차브랜드로 자리잡게 해줬다.
기술 개발을 위해 돈이 많이 드는 포뮬러1, 카트레이스, 인디500 등 모터스포츠에도 뛰어들었다. 이같은 노력으로 그냥 혼다가 아닌 ‘기술의 혼다’가 됐다.
혼다 디자인도 기술에 초점을 맞췄다. 차의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능성을 강조하는 전략을 추구했고, 이는 공기역학과 만나 예술적 감각을 지닌 미래지향적 차체 스타일로 이어졌다.
1970년대 오일쇼크로 자동차시장이 타격을 받았을 때 공기저항 계수를 줄인 유선형 차체의 CR-X는 미국에서 ‘작은 스포츠카’로 인기를 끌었다. 후속 모델은 더 나아가 ‘총알’을 모티티브로 삼아 우주선을 닮은 미래지향성을 갖추게 됐다.
혼다가 요즘 추구하는 가치는 ‘자동차 휴머니즘’이다. ‘사람 먼저 생각하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얘기다. 디자인 철학도 ‘사람을 위한 디자인’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첨단 기술과 새로운 스타일 프레임을 제공하는 것을 추구한다. ‘혼다다움’을 표현하는 형태와 컬러에도 중점을 뒀다.
디자인 기조는 익사이팅 H 디자인(Exciting H Design)이다. 터치감과 세련미를 향상하는 하이 터치(High Touch), 혼다의 최신 인터페이스를 탑재한 하이 테크(High Tech), 고품질과 높은 사용 편의성을 지향하는 하이 텐션(High Tension)을 기반으로 삼았다.
혼다는 최근에 출시한 모델에 자동차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공기역학에 인간을 생각하는 인간공학을 결합하고, 역동성을 부여해 젊은 이미지를 강조한 익사이팅 H 디자인을 반영했다.
공간 설계에서는 ‘M-M(Man Maximum, Machine Minimum)’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인간을 위한 공간은 최대로, 기계를 위한 공간은 최소’로 지향한다는 뜻이다.
혼다의 자동차 휴머니즘은 최신 SUV인 HR-V에서도 엿볼 수 있다. HR-V 인테리어는 운전자뿐 아니라 탑승자도 배려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하이테크 콘솔은 물결 모양으로 시각적으로 편안함을 준다. 콘솔 밑에는 숨겨진 수납공간인 센터 포켓도 갖춰 실용성을 향상했다.
혼다 최초로 터치 패널 오토 에어 컨디셔너도 채택했다. 조수석 앞에 넓게 자리잡은 와이드 에어 벤트는 기존 에어 벤트보다 옆으로 3~4배 길다. 조수석 탑승자는 에어 벤트에 들어있는 3개의 송풍창을 통해 바람세기를 따로따로 조절할 수 있다.
M-M 사상에 입각해 한층 향상된 공간 활용성도 자동차 휴머니즘을 잘 보여준다. 혼다 기술진은 시행착오를 통해 2열 시트 하단부에 있던 연료탱크를 앞좌석 바닥 아래 부분으로 옮기면 뒷좌석 공간을 더 넓게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2열 시트 하단부에 연료탱크가 없으니, 시트를 낮게 배치할 수 있었고 이로써 뒷좌석 탑승자에게 좀 더 넉넉한 머리 공간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도 길어졌다. 형님격인 CR-V와 10mm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휠베이스를 갖춰 185cm의 성인도 여유 있게 앉을 수 있는 넉넉한 승차공간을 확보했다. 인간을 위한 공간을 최대로 한다는 M-M 가치에 부합한다.
M-M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적재공간도 넓게 설계했다. 폴딩하지 않은 기본 트렁크 용량은 688ℓ로 동급 경쟁 차인 쌍용 티볼리(423ℓ)나 기아 니로(427ℓ)는 물론 한 체급 위인 현대 투싼(513ℓ)보다도 넓다.
M-M의 정점은 2열 시트에 적용한 팁업 방식의 매직시트다. 엉덩이가 닿는 착좌면을 직각으로 세우면 최대 126cm 높이를 확보할 수 있다. 화분, 캐리어, 유모차 등을 똑바로 세워 넣을 수 있다. 1평을 2평처럼 쓸 수 있는 ‘공간 활용의 매직’인 셈이다.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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