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암을 추적해 치료할 수 있는 ‘마이크로 로봇’을 개발했다.
박석호 전남대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진은 항암재가 탑재된 대식세포의 이동을 자유롭게 조절해 암세포로 이동시켜 치료할 수 있는 의료용 마이크로 로봇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그 동안의 고형암 치료는 종양조직에 보다 오래 잔류하는 특성을 지닌 ‘나노입자’를 사용한 약물전달체를 혈관에 침투시켜 종양조직을 사멸시키는 방법을 사용해왔다. 하지만 혈관을 따라 약물이 전달되기 때문에 암세포로 이동시키는 일이 쉽지 않았다.
연구진은 면역세포의 일종인 대식세포에 자력을 띤 자성체와 항암제를 넣은 나노입자를 넣어 마이크로 로봇을 만들었다. 자성체가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자석을 갖다 대면 이 로봇을 체내에서도 자유롭게 이동시키는 것이 가능했다.
연구진은 이렇게 만든 마이크로 로봇을 비커에 놓인 대장암과 유방암 세포주로 이동 시킨 뒤 48시간 뒤 암세포의 크기가 줄어들게 하는데 성공했다. 박 교수는 “대식세포를 약물 전달체로 이용하기 때문에 기존의 면역세포의 치료 과정 중에 발생하는 저장, 활성화, 암 항원에 의한 표적화 등의 추가적인 과정이 필요하지 않아 효율적”이라며 “이 로봇을 사용할 경우 암세포의 생존률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마이크로 로봇에 들어가는 자성체의 양을 조절해 체내에 독성이 없도록 만든 뒤 향후 동물실험을 통해 효율성을 입증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박 교수는 “면역세포를 이용한 마이크로 로봇 연구는 향후 세계적 의료용 로봇의 주된 연구방향 중의 한 줄기가 될 것”이라며 “면역세포를 이용한 방식은 인체에 거부반응이 없기에 향후 자기장 구동기술과 결합되어 더욱 진보한 항암 치료제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지난달 27일자에 게재됐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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